한옥을 낳은 배경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웅장하지는 않으나 변화무쌍한 산과 강, 사계절이 뚜렷하면서 해가 좋은 빛, 겨울에는 서북풍이 불고 여름에는 남동풍이 부는 바람 등이 자연환경 요소이다. 문화 요소로는 상대주의 국민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그때그때 각 집마다 사정에 맞춰 개성을 충분히 살린다는 뜻이다. 사상은 고려시대 때 융성했던 노장이 제일 큰 밑바탕을 이루며 여기에 유교의 형식미가 가미되면서 완성되었다. 고려시대 주거는 외형은 조선시대의 한옥과 유사하나 많이 단순해서 변화무쌍하고 아기자기한 한옥 특유의 특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차이는 유교 형식미의 유무에 따른 결과이다. 원래 유교 형식미는 매우 엄숙하고 정형적이지만 이것이 노장사상 및 한국적 상대주의와 합해지면서 규칙적이면서도 동시에 변화무쌍한 다양성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융합 또는 통섭의 좋은 예일 수 있는데, 실제로 노장사상과 유교사상의 영향권 아래 드는 한·중·일 삼국의 주거를 비교해 봐도 한옥이 제일 변화무쌍한 특징을 보인다. 더 근원적으로 따지자면 유교와 노장은 서로 반대편에 서는 사상인데 이 둘을 하나로 합해서 규칙적 정형성과 변화무쌍한 다양성을 동시에 얻어낸 예는 가히 한옥이 유일하다. 한국인 특유의 혼성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난 대표적 예가 바로 한옥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옥의 구체적 특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가지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 세 가지를 요약했다.
햇빛과 친하고 바람이 잘 드는 한옥
첫째, 한옥은 바람과 햇빛을 받아들여 이용하는 데 매우 뛰어난 가옥구조를 자랑한다. 집밖과 집안에 그 비밀이 있는데, 집밖에서는 자연 지세에 맞춰 집을 짓는 풍수지리가 그 비밀이다. 집안에서는 통(通)을 최대한 살린 배치구도가 그 비밀이다. 둘을 합해보면 이렇다. 바람도 자동차처럼 다니는 길이 있는데 그 길목에 집을 짓되, 그것이 거추장스럽지 않게 집을 짜면 집 안에는 항상 시원한 바람이 오간다. 햇빛도 마찬가지이다. 늘 다니는 길로만 다니는데, 이를테면 해바라기처럼 거기에 맞춰 집도 쫓아다니면 집 안에는 항상 따뜻한 빛이 가득 찬다. 물론 겨울에는 바람을 피하고 여름에는 햇빛을 피하는 상식쯤은 가장 잘 지키는 지혜로운 집이 또한 한옥이다. 바람은 여름에 유리하고 햇빛은 겨울에 유리하니 한옥을 친환경 주택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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