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마른’ 건설사 유동성 확보 올인

2010. 2. 23. 08:43건축 정보 자료실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경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연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갚기 위해 사업우선 순위를 조정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아파트 사업장을 매각 또는 포기하는가 하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등 리파이낸싱을 통한 차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환용 ABCP발행 급증

21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리파이낸싱을 위해 지난 1월 한달 동안 발행한 ABCP가 총 542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8년 1월(1890억원)과 지난해 1월(1985억원) ABCP 발행액 2.87배, 2.7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4개월간 리파이낸싱을 위해 발행된 ABCP는 2조8908억원에 달한다. 리파이낸싱 목적의 ABCP 발행액은 지난해 10월 2410억원에서 같은 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조1844억원, 922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ABCP 발행이 자금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월의 ABCP 발행액은 매우 이례적으로 많다.

이에 비해 브릿지론과 PF 등 신규 개발사업을 위한 ABCP 발행은 지난 1월에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신축 주택에 대한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이 지난 11일로 종료,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해 건설사들이 신규 개발사업을 대폭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 구조조정도 본격화

건설업체들은 또 리파이낸싱용 ABCP 발행 외에 기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 위기 해소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추진 중인 주택분양 사업 등에 대해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고 사업권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일건설은 사업시행자인 리데코개발과 78억원 규모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한일유앤아이 신축공사'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회사 측은 "이 프로젝트는 주택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계약상대방이 계약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사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경기 용인지역 주택건설 사업권을 다른 회사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4·4분기 환경시설관리공단을 비롯한 투자자산 및 서울고속도로㈜의 출자지분 등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산 남천동과 경북 구미 임은동의 미분양 재고자산을 환매조건부로 매각하고 서울 서초동 실버레스 사업지를 양도해 2008년 12월 5642억원이던 PF우발채무를 3953억원으로 1689억원 줄였다.

메리츠증권 부동산팀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신규 PF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파이낸싱을 위한 자금확보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면서 "신축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종료 후 주택시장이 크게 침체될 것으로 예상해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명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