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도 도미노 오나
2010. 3. 4. 09:12ㆍ건축 정보 자료실
건설사 부도 도미노 오나
“주택건설업이 최악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3개 주요단체 대표가 연초부터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 2월 11일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과 김정중 한국주택협회 회장, 임도빈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침체된 민간 주택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 2월 11일 종료된 양도소득세 감면혜택 연장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대출규제 완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오죽했으면 단체 대표들이 모여 호소문까지 발표했을까. 그만큼 업계 실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근근이 버텨왔던 중견건설사들은 물론이고 대형건설사조차 부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건설업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PF 절반이 ‘1년 내 만기’
S건설, N건설, K건설…. ‘부도 위기’ 소문으로 일명 ‘블랙리스트’에 오른 건설사들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체로 주택사업 비중이 높다는 것. 주택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미분양이 회사 존폐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일단 건설사 위기상황을 진단하려면 미분양 가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를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12만3297가구. 한때 16만가구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다. 전체 물량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5만74가구로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보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4개 업체의 미분양 물량이 많다. 전체 매출액 중 주택사업 비중을 보면 현대산업개발은 44%, 대우건설은 25%에 이른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기준 미분양 4100가구 중 지방 물량이 80%에 달한다. GS건설도 지난해 말 미분양이 4000가구를 넘었고 올해는 완공주택 수가 1만3000여가구에 이르는 점이 부담이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양도세 감면 혜택이 폐지될 경우 미분양아파트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미분양이 늘면 자연스레 건설사들의 PF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업체 PF 우발채무 위험분석’을 통해 지난해 9월 건설업체의 PF 우발채무 잔액은 50조1000억원으로 2008년 6월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한기평에서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37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업체별 PF 규모도 상당하다. 대형 건설사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PF 규모는 대우건설이 4조5000억원, GS건설 4조원, 대림산업 2조2000억원, 현대건설 1조9000억원, 두산건설 1조9000억원, 삼성물산 1조1000억원 등으로 1조원을 넘는 대형사들이 수두룩하다. 4분기 말 기준으로 지방 미착공 PF 잔액을 보면 현대산업개발이 4662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3000억원 이상, 대림산업과 GS건설도 2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 중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고 매출액도 2조1633억원에 그쳐 19% 감소했다. 분양시장 침체로 기존에 수주한 주택사업을 착공하지 못한 데다 지방에서는 시행사가 부도나 760억원가량의 대손상각을 하면서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악화됐다.
대우·GS건설 미분양 4000가구 넘어
특히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6개 건설업체의 PF 46조원 중 53%에 이르는 24조원이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온다. 수도권 사업장의 1년 이내 PF 우발채무 비중은 48.8%인 반면 지방 소재 사업장은 63.3%에 이른다.
배경은 이렇다. 2007년 말부터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을 늘려왔는데 공사기간이 2~3년 소요되는 걸 감안하면 PF 상환 만기는 대부분 올 연말에 도래한다. 또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주단 협약 가입이 2008년 12월부터 시작됐고 PF 만기가 지난해 말에 이어 1년 추가로 연장되면서 올해 연말에 PF 만기가 대거 쏠릴 것이란 우려다.
물론 PF는 건설사의 재무제표에 직접 채무로 잡히진 않는다. 하지만 시행사의 PF 대출에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이라 분양에 실패할 경우 PF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전체 PF 중 53%가 1년 이내 만기라는 건 다소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2008년 6월 당시에는 이 비중이 40%대에 그쳤다.
이뿐 아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연내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액도 7조원에 달하고 이 중 1분기에는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1분기 대림산업과 한화건설은 각각 2500억원씩, 현대산업개발 1900억원, GS건설과 동부건설 등은 1000억원 규모의 상환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하루빨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건설사들의 몇 안되는 먹을거리인 공공공사 역시 저가수주 경쟁 탓에 오히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의 2차 턴키 공사 낙찰률이 50%대로 떨어지는 등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이 커지는 실정.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견 건설업체들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늘고 공공부문의 저가수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원건설 어음 25억원 못 막고 직원 급여도 체불
심지어 일부 건설사들은 자금난에 따른 부도설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월 성원건설은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7개월가량 임직원 급여를 체불한 상태다. 그나마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묘책으로 리비아 토브룩 신도시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성원건설은 이 사업과 관련해 선수금 1800억원이 들어오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지만 수출보험공사가 수출보증서 발급에 난색을 표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애널리스트는 “지방에 미분양 물량이 많은 일부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채권단에서 자금지원을 해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며 “중소 건설사에 대한 낙관은 당분간 어려운 실정”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 떠도는 중견건설사 대거 부도설은 과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사업장이 많은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별로 보면 위험한 경우도 있지만 지난해 실적은 대체로 양호했다”며 “‘카더라’ 소문 때문에 위기설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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