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의 날’ 금탑산업훈장 받은 화승그룹 고영립 회장
사재 털어 회사살리기 ‘올인’
신발업체서 첨단기업 우뚝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시절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부도를 맞은 화승그룹은 ‘화의’를 수용하고 부실한 회사 정리와 내부 구조조정의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17일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화승그룹 고영립(60·사진) 회장은 “고통스런 회생작업이 한창이던 2004년 당시 피부암과 위암까지 겹쳐 생사의 기로에 직면했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했다”며 “그 결과 외환위기 직후 84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조6000억원까지 올라서는 등 튼튼한 회사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매일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회사를 돌며 올빼미,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투혼을 불사르고, 1년 중 반을 해외에 있을 만큼 달리고 또 달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사재까지 출연하면서 도산 위기에 빠진 그룹을 되살린 고 회장은 그룹 오너 집안과는 관련이 없는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1976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입사 32년 만인 2008년 그룹의 총수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고 회장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루기까지는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르까프’ 브랜드로 유명한 화승그룹은 1990년대 세계 최대 신발 생산회사로 국내 재계 22위에 랭크될 만큼 잘 나가는 중견기업이었다. 그러나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던 화승그룹도 외환위기의 칼날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1998년 계열사 가운데 화승과 화승상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원인이었다. 그룹이 도산 위기를 맞게 되자 오너인 현승훈 회장은 고 회장을 ‘구원투수’로 두 회사 대표에 임명했다.
고 회장은 당시 9억3000만원 정도 되던 전 재산을 담보로 잡히고 회사자금을 대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융 등 비주류 업종을 정리하는 등 11개 계열사를 8개로 줄이고, 핵심역량사업에 집중해 회생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베트남에 세계 최대의 신발생산회사를 설립하고, 첨단사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으로 2005년 회사는 6년 만에 화의를 종결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화승그룹은 스포츠 브랜드로 대변되던 기존 사업군 외에 자동차 부품소재, 정밀화학, 물류유통 분야 등으로 신사업을 개척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고 회장은 “올해 매출 3조원 달성하고, 2020년에는 매출 10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날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홍성일 기자
“부도 아픔 딛고 매출 2조6000억 달성”
2010. 3. 18. 07:41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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