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9. 09:31ㆍC.E.O 경영 자료
‘고용없는 성장’에 기업만 살찐다
한겨레 | 입력 2010.03.28 21:20 | 수정 2010.03.28 22:30
[한겨레] 기업-개인 총저축률 격차 사상최대
2009년 영업이익 크게 늘고 세금은 줄어들어
기업이윤 가계로 안 흘러…"정부가 나서야"
지난해 국내 기업과 개인의 저축률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고용 없는 성장' 탓에 기업들의 이윤이 고용확대와 임금인상을 통해 가계로 이전되지 않고 기업 안에만 쌓이면서, 기업은 점점 부자가 되는 반면 가계는 가난해지고 있다.
■ 금융위기에도 기업이익 증가 28일 한국은행의 '2009년 국민계정(잠정)'을 보면 지난해 기업 총저축률은 18.4%로 전년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개인 총저축률은 4.9%로 전년보다 늘긴 했지만 소폭(0.5%포인트)에 그치면서 기업과 개인 부분 총저축률 차이는 13.5%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우리 경제 전체가 벌어들인 국민총처분가능소득(1067조9000억원) 가운데 소비지출을 하고 남은 돈(총저축)은 320조원(30.0%)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 저축이 196조4000억원(18.4%)으로 가장 많았고, 개인 부분이 52조3000억원(4.9%), 정부 부분이 71조3000억원(6.7%)을 차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의 저축이 늘어난 것은 영업잉여(영업이익)가 크게 늘고 세금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영업잉여는 전년 대비 5.9%나 상승했다. 임금, 복리후생비 등 노동자가 받는 피용자보수는 3.3% 증가에 그쳤다.
개인이 소득 중 얼마나 저축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개인 순저축률'은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한 3.2%였다. 그동안의 급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 외환위기 이후 선순환 고리 끊어져 1990년대까지 우리 경제는 가계가 저축을 통해 기업의 투자재원을 공급하고, 기업은 고용을 통해 이윤을 가계로 돌려주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75년부터 99년까지 80년대 초반 5년을 제외하고는 총저축 가운데 기업보다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개인 순저축률 역시 정점이던 88년 24.7%까지 올라갔고, 이후 99년까지도 1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런 순환고리가 끊어졌다. 2000년 이후 개인 저축은 뚝 떨어지고 기업 저축이 크게 늘었다. 개인 순저축률 역시 한자릿수대로 주저앉았다. 노동소득분배율은 96년(62.6%)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종우 현대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번 돈을 내부에 유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투자를 하더라도 국외에 투자하거나, 자동화설비를 확대하면서 국내 고용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고용의 질 또한 악화됐다.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정규직, 파견직 등을 늘려 인건비를 줄였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노조의 힘이 약해지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이명박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금융위기에도 수익은 많이 냈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고용은 더욱 줄이면서 기업 저축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고환율, 저금리, 반노조'는 모두 기업, 특히 수출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이라며 "이 때문에 기업·가계간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고용확대·감세중단으로 불균형 해소해야 기업과 가계 사이 부의 불균형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의 양과 질을 높여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기업의 이윤이 투자와 고용을 통해 가계로 흘러들어가야,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늘면서 진정한 경기회복이 될 수 있다"며 "이 흐름이 막히면 소비위축,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여러 문제점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적극 나서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막아야 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기원 교수는 "대기업은 많은 이윤을 내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투자를 하더라도 외국에서 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여지가 많다"며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높여 그 돈으로 중소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상환 교수는 "국민의 정부 때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계속해서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줬지만, 투자는 안 하고 기업에 돈만 쌓이고 있다"며 "세금 인하가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 총저축률이란
한해동안 우리경제가 벌어들인 '국민총처분가능소득'가운데 소비지출을 하고 남은 '총저축'의 비율을 말한다. 기업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기업의 총저축 비율, 개인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개인의 총저축 비율이다. '개인순저축률'은 개인의 가처분소득 가운데 개인의 저축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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