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떼돈 벌고도..해외명품사 ‘쥐꼬리 기부’

2010. 4. 6. 08:4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한국서 떼돈 벌고도..해외명품사 ‘쥐꼬리 기부’


해외 명품업체들이 국내에서 '떼돈'을 벌면서도 정작 기부금을 내는데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한 푼 내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단돈 만원을 낸 곳도 있다. 해외 명품업체의 기부금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구찌그룹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3101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2820억원의 0.01099%에 불과한 규모다. 이 회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417억원을 쌓아두고 있다.

명품시계 '롤렉스'를 판매하는 한국로렉스는 기부금이 2500만원. 매출액 438억원과 비교하면 0.06% 수준이었다. 스위스 로렉스 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해 주당 5000원(배당률 100%)에 15억원을 배당했다. 전기 배당률 66.7%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배당은 큰손처럼 펑펑하면서 기부금은 시늉만 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17억원과 당기순이익 14억원으로 흑자 전환하고도 단돈 1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 회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6억7202만원을 적립했다.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잘 알려진 시슬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845억원으로 12.6% 늘었지만 한 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았다. 대신 70억원의 배당을 챙겨갔다. 이 회사는 프랑스 법인인 시슬리(C.F.E.B. SISLEY)가 100% 투자한 기업이다.

이탈리아산 남성복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49.27% 늘었지만 기부금은 되레 줄었다. 지난해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낸 기부금은 679만원으로 전년(1181만원)보다 42.52% 감소했다.

해당 브랜드 양복 한 벌 값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부금을 낸 것이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기부금 비중은 0.21%다.

10월 결산법인인 에스까다코리아는 지난해 234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지난해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2008년 126억원 적자에서 79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기업치고는 초라하다. 이 기업은 독일의 에스까다(ESCADA AG)가 지분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코리아는 단 한 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았다. 이 기업은 지난해 5억4087만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1356억원의 매출을 올린 베네통코리아는 3261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매출액 대비 0.02405%에 불과하다. 게다가 2008년에 기부금으로 4729만원(매출액 대비 0.03946%)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더 인색해진 셈이다. 베네통코리아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1만5600원(배당률 156%), 우선주 1주당 1만5600원(배당률 156%)의 배당을 했다. 총 배당 규모는 39억원이다.

전문가들도 해외 명품 업체가 국내 경영활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명품업체들 경우는 실제로 양극화라든가 위화감 조성, 과소비 조장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면서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현재 기부 수준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부는 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미래 투자라고 덧붙였다.

/kmh@fnnews.com 김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