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경쟁력 1위는 어디
2010. 4. 18. 18:04ㆍ건축 정보 자료실
초고층 빌딩 경쟁력 1위는 어디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4.17 17:25
◆ 6대 초고층 빌딩'NO.1은 누구'◆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정일까, '속 빈 강정' 일까.
대한민국에 초고층빌딩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85년 설립된 여의도 63빌딩이 지난 20여년간 한국 초고층 건축물 역사를 이끌어왔지만 머지않아 이 위상은 쉽게 깨질 태세다. 용산, 상암, 송도를 비롯해 잠실, 뚝섬 등지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 건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필수 과정일까, '속 빈 강정' 일까.
대한민국에 초고층빌딩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85년 설립된 여의도 63빌딩이 지난 20여년간 한국 초고층 건축물 역사를 이끌어왔지만 머지않아 이 위상은 쉽게 깨질 태세다. 용산, 상암, 송도를 비롯해 잠실, 뚝섬 등지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 건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걸림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아예 사업 무산 위기에 처한 곳도 수두룩하다. 매경이코노미는 용산, 상암, 잠실, 뚝섬, 송도, 동탄에 들어서는 6대 초고층빌딩의 가치를 심층 분석해봤다.
'마천루의 저주'
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지난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이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초고층빌딩은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실제 사례를 보자. 1929년, 30년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각각 미국 뉴욕에 들어선 시점에 공교롭게도 세계 대공황이 터졌다. 70년대 중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윌리스타워가 세계 최고층빌딩으로 등극한 이후에는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90년대 들어서도 가설은 꼭 들어맞았다. 97년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트윈타워가 시카고 윌리스타워 기록을 경신하며 솟아오르자 곧바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세계 최고층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칼리파가 완공을 앞둔 지난해 말에는 두바이 정부의 최대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했다.
그런데 때마침 우리나라에도 초고층빌딩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한 계획만 10개가 넘는다. 서울에만 잠실 제2롯데월드(123층), 용산 드림타워(100층 미정), 상암 DMC랜드마크타워(133층), 현대차그룹의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 등이 준비 중이고, 인천(송도 인천타워, 151층), 부산(롯데월드, 120층 이상) 등지에서도 4~5곳이 초고층빌딩 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현성은 의문이다. 일반빌딩보다 2~4배 더 드는 건설비를 감당하기 힘들뿐더러 아예 몇몇 빌딩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물론 마천루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초고층빌딩은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 국제도시로의 위상 제고, 건설업과 유관산업의 생산, 고용유발 효과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도시 미관도 좋아지고 랜드마크빌딩을 통해 '한국' 이미지를 외국에 알리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초고층빌딩 경쟁이 무르익는 지금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30인에게 설문을 받아 현재 추진 중인 랜드마크 빌딩의 사업성을 긴급 점검해봤다. 서울에서는 용산 드림타워, 상암 DMC랜드마크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 뚝섬 현대차빌딩을, 인천에서는 송도 인천타워, 수도권에서는 동탄 메타폴리스 등 총 6개 빌딩을 설문 대상에 넣었다. (동탄 메타폴리스(66층)는 100층에 못 미치지만 수도권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고 있어 초고층빌딩 대상에 넣었음을 밝혀둔다.)
"100층 이상 빌딩 중 1~2곳 낙오할 수도"
첫 번째 질문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초고층빌딩 중 '가장 경쟁력 높은 빌딩'에 대한 선택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용산국제업무지구 드림타워를 1순위로 꼽았다. 답변 수를 합산한 가점으로 총 141점을 얻었고 응답자 30명 중 무려 13명이 1위로 꼽았다. 용산 드림타워는 강남에 이어 미래 유망 투자처로 꼽히고 있는 데다 한강 조망권, 서울 도심 접근성이 탁월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북권 최대 업무단지면서 서울 시내 유일한 국제업무지구로서도 관심이 높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 수요자들 입장에서 서울 도심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이 용산 드림타워"라며 "외국 출장자, 관광객들의 투숙을 고려한 호텔 등 입지 경쟁력을 살펴봐도 KTX역과 가까운 용산이 유리하다"고 내다본다.
간발의 차 2위로는 잠실 제2롯데월드가 올랐다. 총점 139점을 얻은 가운데 12명이 1위로 선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 허가를 받는 등 롯데그룹의 건설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다는 점이 매력요인으로 꼽혔다. 3위에 오른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이미 주변에 확보된 업무시설과의 복합균형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도 인천타워는 4위에 그쳤다.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중인 송도는 현재 외자 유치 부진 속에 활성화가 더딘 탓에 인천타워 역시 수요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동안 송도가 국제도시 기능보다 아파트 개발사업에만 치중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는 "송도지역이 주거시설로만 채워지면 개발주체인 포트만홀딩스는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5위를 기록한 110층짜리 뚝섬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호텔을 제외하고 순수 업무용 오피스빌딩으로 개발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이미 주거시설을 분양한 동탄 메타폴리스 역시 오피스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공실률이 높고 결국 적자가 누적될 것이란 전망 속에 꼴찌를 기록했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동탄 메타폴리스는 삼성 외 뚜렷한 유치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고, 송도 인천타워는 외국 기업의 성공적인 유치가 관건"이라고 내다본다.
이밖에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 인근에 114층 랜드마크타워를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가 건립되는 '그린게이트웨이'도 관심을 끈다. 연면적 94만㎡로 코엑스몰의 7.5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지하쇼핑몰과 함께 테헤란로 최대업무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변수별로도 따져봤다. 일단 빌딩 개발의 관건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이다. 부동산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자칫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부문에서는 역시 롯데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잠실 제2롯데월드가 1위로 꼽혔다. 총 138점을 얻어 2위인 용산드림타워(115점)와 격차를 벌렸다. 이어 대우건설 등 유명건설사들이 출자자로 참여한 상암 랜드마크타워(102점)가 3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90% '주거시설 3.3㎡당 분양가 4000만원 넘을 것'
예상 완공시기 면에서는 상암 DMC랜드마크타워가 잠실 제2롯데월드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1위 응답자 수는 잠실 제2롯데월드(7명)가 상암 랜드마크타워(5명)보다 많았지만 2~5위 응답자 수에 대한 가점을 합산한 결과 상암이 114점, 잠실은 113점을 차지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2015년, 잠실 제2롯데월드는 2014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시가 롯데그룹이 제출한 교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리는 등 제2롯데월드 착공이 계속 연기되면서 완공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올 5월 착공할 경우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는 한 예정대로 2015년 공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빌딩 완공 여부와 함께 빌딩에 들어서는 주거, 상업시설 분양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많다. 초고층빌딩에는 대부분 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오피스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이 경우 빌딩 내 아파트, 오피스 등 분양가도 최고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주거시설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총 답변자 중 29%가 뚝섬 한화갤러리아포레 분양가(3.3㎡당 4598만원) 기록을 깰 것이라고 답했다. 4000만원 수준일 것이란 응답자도 24%를 기록했고 4500만원도 19%를 차지했다. 심지어 5500만원(9%), 6000만원(5%)이라고 답한 전문가들도 있어 전체 응답자 중 90% 이상이 3.3㎡당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고분양가가 시장에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오피스 현황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주요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부분 임대료를 낮추려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 테헤란로 등을 떠나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피스빌딩 시장은 수요 감소, 공급 증가, 공실률 상승, 임대가 하락 흐름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는 실정. 이런 가운데 5년 내 서울·수도권에만 5곳 이상 100층 이상 빌딩이 들어선다면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넘쳐나는 연면적을 모두 채우기는 여의치 않다.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는 "서울 오피스 연간 신규 수요는 30만㎡인데 내년부터 매년 이의 2~4배가 공급되기 때문에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신봉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본부장 역시 "오피스 등 상업시설은 극소 비율로 개발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주거시설로 개발해야 오피스를 공사원가 이하로 분양해도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며 "잠실, 용산 이외 지역은 주거지 개발이 어렵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 세계 최고층빌딩인 UAE 부르즈칼리파는 올 초 개장했지만 여전히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르즈칼리파의 입주율이 올 연말까지 75%에 그칠 것으로 우려했다. 관리비가 1㎡당 25만~30만원에 달해 주변 빌딩의 최소 3배가 넘어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강승일 코람코자산신탁 팀장은 "초고층빌딩은 일반 오피스의 2배가 넘는 도급단가 때문에 매매가, 임대료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관리비는 2배 이상 높고 전용률은 일반 대형오피스보다 낮아 임차인 부담 비용이 가중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초고층빌딩 건설은 이제 갓 걸음마 단계다. 대부분 빌딩이 2015년 전후로 완공 예정이라는 점에서 공급과잉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막대한 돈이 투자되지만 입주자, 입주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제적 부가가치를 거두기는커녕 이자비용 갚기도 힘들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초고층빌딩이 성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개발에 앞서 주변 지역 특성에 맞게 콘셉트부터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프리미엄급 오피스를 지향하는 등 기존에 들어선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일반 대형빌딩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성준 교수는 "수요를 예측하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외관 차이보다는 콘텐츠, 입주자 선별과 관리로 승부 내야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일본 롯폰기힐스, 미드타운처럼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는 테마가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다국적 기업도 유치하면서 컨벤션센터까지 만드는 전략을 더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고층 경쟁을 의식하지 말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높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는 "분양이 가능한 높이로 과감히 낮춰야 한다"며 "높이가 높을수록 3.3㎡당 공사비가 늘어나지만 공사비 증가분만큼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C & W) 한국지사 사장 역시 "실수요를 본다면 중심성이 없는 곳엔 차라리 초고층빌딩이 들어서지 않는 게 낫다"며 "이왕 추진하려면 실사용이 가능한 지역 내 대표기업들을 먼저 유치해 개발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1~6위 선정해 순위별 가점 부여
매경이코노미는 초고층빌딩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4월 5~7일 3일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내용은 '가장 경쟁력이 높은 빌딩 순위' 'PF 자금조달 수월 여부' '예상 완공시기'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분양성공 가능성' 등 순위를 부여하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개발 완료 시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과 이유' '초고층빌딩 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조언' 등 주관식 질문도 포함했다. 순위를 매긴 답변의 경우, 1위부터 6위까지 가중치를 부여해 총합을 내는 방식을 활용했다. 1위에는 6점을 주고 2위(5점), 3위(4점), 4위(3점), 5위(2점), 6위(1점) 등 순위마다 가점을 둔 뒤 이를 모두 합산했다. 주거시설의 3.3㎡당 분양가는 응답자 수 비율대로 결과를 냈다.
▶ 설문대상자 명단(총 30명)
강승일 코람코자산신탁 팀장, 김광석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 실장,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 김일수 한국씨티은행 PB팀장,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박점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백재욱 KTB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서용식 수목건축 사장,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신봉교 마이다스에셋 본부장, 안계환 세빌스코리아 부사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윤여신 CBRE코리아 이사,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이제경 석사컨설팅 사장,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 최재원 하나AIM 투자운용본부장, 하권찬 앤덤디벨롭먼트 사장,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 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대표 (가나다 순)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마천루의 저주'
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렌스가 지난 100년간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이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초고층빌딩은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다.
실제 사례를 보자. 1929년, 30년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각각 미국 뉴욕에 들어선 시점에 공교롭게도 세계 대공황이 터졌다. 70년대 중반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윌리스타워가 세계 최고층빌딩으로 등극한 이후에는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90년대 들어서도 가설은 꼭 들어맞았다. 97년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트윈타워가 시카고 윌리스타워 기록을 경신하며 솟아오르자 곧바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세계 최고층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칼리파가 완공을 앞둔 지난해 말에는 두바이 정부의 최대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했다.
그런데 때마침 우리나라에도 초고층빌딩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10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한 계획만 10개가 넘는다. 서울에만 잠실 제2롯데월드(123층), 용산 드림타워(100층 미정), 상암 DMC랜드마크타워(133층), 현대차그룹의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 등이 준비 중이고, 인천(송도 인천타워, 151층), 부산(롯데월드, 120층 이상) 등지에서도 4~5곳이 초고층빌딩 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실현성은 의문이다. 일반빌딩보다 2~4배 더 드는 건설비를 감당하기 힘들뿐더러 아예 몇몇 빌딩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물론 마천루 경쟁의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초고층빌딩은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 국제도시로의 위상 제고, 건설업과 유관산업의 생산, 고용유발 효과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도시 미관도 좋아지고 랜드마크빌딩을 통해 '한국' 이미지를 외국에 알리는 등 관광산업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초고층빌딩 경쟁이 무르익는 지금 매경이코노미는 부동산 전문가 30인에게 설문을 받아 현재 추진 중인 랜드마크 빌딩의 사업성을 긴급 점검해봤다. 서울에서는 용산 드림타워, 상암 DMC랜드마크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 뚝섬 현대차빌딩을, 인천에서는 송도 인천타워, 수도권에서는 동탄 메타폴리스 등 총 6개 빌딩을 설문 대상에 넣었다. (동탄 메타폴리스(66층)는 100층에 못 미치지만 수도권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고 있어 초고층빌딩 대상에 넣었음을 밝혀둔다.)
"100층 이상 빌딩 중 1~2곳 낙오할 수도"
첫 번째 질문은 봇물처럼 쏟아지는 초고층빌딩 중 '가장 경쟁력 높은 빌딩'에 대한 선택이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용산국제업무지구 드림타워를 1순위로 꼽았다. 답변 수를 합산한 가점으로 총 141점을 얻었고 응답자 30명 중 무려 13명이 1위로 꼽았다. 용산 드림타워는 강남에 이어 미래 유망 투자처로 꼽히고 있는 데다 한강 조망권, 서울 도심 접근성이 탁월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북권 최대 업무단지면서 서울 시내 유일한 국제업무지구로서도 관심이 높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피스 수요자들 입장에서 서울 도심 접근성이 가장 높은 곳이 용산 드림타워"라며 "외국 출장자, 관광객들의 투숙을 고려한 호텔 등 입지 경쟁력을 살펴봐도 KTX역과 가까운 용산이 유리하다"고 내다본다.
간발의 차 2위로는 잠실 제2롯데월드가 올랐다. 총점 139점을 얻은 가운데 12명이 1위로 선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 허가를 받는 등 롯데그룹의 건설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 주변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다는 점이 매력요인으로 꼽혔다. 3위에 오른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이미 주변에 확보된 업무시설과의 복합균형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도 인천타워는 4위에 그쳤다.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중인 송도는 현재 외자 유치 부진 속에 활성화가 더딘 탓에 인천타워 역시 수요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동안 송도가 국제도시 기능보다 아파트 개발사업에만 치중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는 "송도지역이 주거시설로만 채워지면 개발주체인 포트만홀딩스는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5위를 기록한 110층짜리 뚝섬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호텔을 제외하고 순수 업무용 오피스빌딩으로 개발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이미 주거시설을 분양한 동탄 메타폴리스 역시 오피스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공실률이 높고 결국 적자가 누적될 것이란 전망 속에 꼴찌를 기록했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동탄 메타폴리스는 삼성 외 뚜렷한 유치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고, 송도 인천타워는 외국 기업의 성공적인 유치가 관건"이라고 내다본다.
이밖에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 인근에 114층 랜드마크타워를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가 건립되는 '그린게이트웨이'도 관심을 끈다. 연면적 94만㎡로 코엑스몰의 7.5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지하쇼핑몰과 함께 테헤란로 최대업무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변수별로도 따져봤다. 일단 빌딩 개발의 관건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이다. 부동산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자칫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부문에서는 역시 롯데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잠실 제2롯데월드가 1위로 꼽혔다. 총 138점을 얻어 2위인 용산드림타워(115점)와 격차를 벌렸다. 이어 대우건설 등 유명건설사들이 출자자로 참여한 상암 랜드마크타워(102점)가 3위를 차지했다.
응답자 90% '주거시설 3.3㎡당 분양가 4000만원 넘을 것'
예상 완공시기 면에서는 상암 DMC랜드마크타워가 잠실 제2롯데월드를 간발의 차이로 제쳤다. 1위 응답자 수는 잠실 제2롯데월드(7명)가 상암 랜드마크타워(5명)보다 많았지만 2~5위 응답자 수에 대한 가점을 합산한 결과 상암이 114점, 잠실은 113점을 차지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2015년, 잠실 제2롯데월드는 2014년 완공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서울시가 롯데그룹이 제출한 교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리는 등 제2롯데월드 착공이 계속 연기되면서 완공 시기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상암 랜드마크타워는 올 5월 착공할 경우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는 한 예정대로 2015년 공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빌딩 완공 여부와 함께 빌딩에 들어서는 주거, 상업시설 분양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도 많다. 초고층빌딩에는 대부분 아파트 등 주거시설과 오피스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이 경우 빌딩 내 아파트, 오피스 등 분양가도 최고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주거시설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총 답변자 중 29%가 뚝섬 한화갤러리아포레 분양가(3.3㎡당 4598만원) 기록을 깰 것이라고 답했다. 4000만원 수준일 것이란 응답자도 24%를 기록했고 4500만원도 19%를 차지했다. 심지어 5500만원(9%), 6000만원(5%)이라고 답한 전문가들도 있어 전체 응답자 중 90% 이상이 3.3㎡당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고분양가가 시장에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먼저 우리나라 오피스 현황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 주요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부분 임대료를 낮추려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서울 테헤란로 등을 떠나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피스빌딩 시장은 수요 감소, 공급 증가, 공실률 상승, 임대가 하락 흐름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는 실정. 이런 가운데 5년 내 서울·수도권에만 5곳 이상 100층 이상 빌딩이 들어선다면 아무리 좋은 입지라도 넘쳐나는 연면적을 모두 채우기는 여의치 않다.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는 "서울 오피스 연간 신규 수요는 30만㎡인데 내년부터 매년 이의 2~4배가 공급되기 때문에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말한다. 신봉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부동산투자본부장 역시 "오피스 등 상업시설은 극소 비율로 개발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주거시설로 개발해야 오피스를 공사원가 이하로 분양해도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며 "잠실, 용산 이외 지역은 주거지 개발이 어렵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 세계 최고층빌딩인 UAE 부르즈칼리파는 올 초 개장했지만 여전히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르즈칼리파의 입주율이 올 연말까지 75%에 그칠 것으로 우려했다. 관리비가 1㎡당 25만~30만원에 달해 주변 빌딩의 최소 3배가 넘어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강승일 코람코자산신탁 팀장은 "초고층빌딩은 일반 오피스의 2배가 넘는 도급단가 때문에 매매가, 임대료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관리비는 2배 이상 높고 전용률은 일반 대형오피스보다 낮아 임차인 부담 비용이 가중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초고층빌딩 건설은 이제 갓 걸음마 단계다. 대부분 빌딩이 2015년 전후로 완공 예정이라는 점에서 공급과잉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막대한 돈이 투자되지만 입주자, 입주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제적 부가가치를 거두기는커녕 이자비용 갚기도 힘들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초고층빌딩이 성공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개발에 앞서 주변 지역 특성에 맞게 콘셉트부터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프리미엄급 오피스를 지향하는 등 기존에 들어선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일반 대형빌딩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성준 교수는 "수요를 예측하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외관 차이보다는 콘텐츠, 입주자 선별과 관리로 승부 내야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일본 롯폰기힐스, 미드타운처럼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는 테마가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다국적 기업도 유치하면서 컨벤션센터까지 만드는 전략을 더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고층 경쟁을 의식하지 말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높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는 "분양이 가능한 높이로 과감히 낮춰야 한다"며 "높이가 높을수록 3.3㎡당 공사비가 늘어나지만 공사비 증가분만큼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C & W) 한국지사 사장 역시 "실수요를 본다면 중심성이 없는 곳엔 차라리 초고층빌딩이 들어서지 않는 게 낫다"며 "이왕 추진하려면 실사용이 가능한 지역 내 대표기업들을 먼저 유치해 개발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1~6위 선정해 순위별 가점 부여
매경이코노미는 초고층빌딩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4월 5~7일 3일 동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내용은 '가장 경쟁력이 높은 빌딩 순위' 'PF 자금조달 수월 여부' '예상 완공시기'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분양성공 가능성' 등 순위를 부여하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와 함께 '개발 완료 시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과 이유' '초고층빌딩 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조언' 등 주관식 질문도 포함했다. 순위를 매긴 답변의 경우, 1위부터 6위까지 가중치를 부여해 총합을 내는 방식을 활용했다. 1위에는 6점을 주고 2위(5점), 3위(4점), 4위(3점), 5위(2점), 6위(1점) 등 순위마다 가점을 둔 뒤 이를 모두 합산했다. 주거시설의 3.3㎡당 분양가는 응답자 수 비율대로 결과를 냈다.
▶ 설문대상자 명단(총 30명)
강승일 코람코자산신탁 팀장, 김광석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 실장,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 김문수 한미파슨스 전무, 김일수 한국씨티은행 PB팀장,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박점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상무,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백재욱 KTB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 봉준호 닥스플랜 사장, 서용식 수목건축 사장,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신봉교 마이다스에셋 본부장, 안계환 세빌스코리아 부사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윤여신 CBRE코리아 이사,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이제경 석사컨설팅 사장,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 최재원 하나AIM 투자운용본부장, 하권찬 앤덤디벨롭먼트 사장,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 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대표 (가나다 순)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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