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체결 땐 車·화학 '유리', 농산품·섬유 '불리'

2010. 5. 2. 10:34C.E.O 경영 자료

협정 체결 땐 車·화학 '유리', 농산품·섬유 '불리'

조선일보 05/01 02:56
 

한·중 FTA가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2012년 양국 간 교역 2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기업은 물론 정부 간에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합의했는데, 그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FTA다.

정부 관계자들은 2007년부터 3년째 끌고 있는 산(産)·관(官)·학(學) 연구가 5~6월 중 마무리되면 공청회와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 연말쯤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각되는 한·중 FTA

그동안 FTA에 대한 의지는 중국 이 한국 보다 강했다. 그러나 갈수록 커지는 중국시장에 무관세 진출을 바라는 업계의 요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다, 중국이 오는 6월 한국과 대(對)중국 수출품목의 70%가 겹치는 대만과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어서 한·중 FTA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것이 경제계의 진단이다.

기업인들은 이날 이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서도 한·중 FTA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건의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박용현 두산(주가,차트) 회장, 박찬법 금호아시아나 회장, 정용진 신세계(주가,차트) 부회장, 이윤우 삼성전자(주가,차트) 부회장 등은 "한·중 FTA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 FTA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우리 관계가 통상과 투자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을 능가했다"면서 "한국 경제는 기업들이 중국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진출하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지난해 한·중 무역규모는 1410억달러로 미국 과 일본 을 합친 것보다 크다. 한·중 FTA가 성사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중 FTA가 가시화되면 지지부진한 상태인 한·미 FTA와 한·일 FT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중·일 3국 FTA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부품 수출업체 찬성, 농산품·생활용품 업체 반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수출입 허가제도와 중고기계·전기제품 수입금지 등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어느 정도 해소돼 수출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부품·석유화학 수출업체들은 한·중 FTA를 찬성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900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중수출업체들은 한·중FTA로 이익이 크다고 답한 쪽이 37.4%를 차지해 손해가 크다는 쪽(12.2%)보다 많았다.

그러나 저가(低價) 중국산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는 농산품과 섬유 등 노동집약형 경공업 업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한국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서 섬유업체들 중 한·중FTA가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9.7%에 그쳤으나 손해가 될 것이라는 쪽은 34.9%나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중 FTA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