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건 순식간” 도요타 사태,기업 위기의식 확 바뀌었다

2010. 5. 2. 19:48C.E.O 경영 자료

“무너지는 건 순식간” 도요타 사태,기업 위기의식 확 바뀌었다
[파이낸셜뉴스] 2010년 05월 02일(일) 오후 05:42   가| 이메일| 프린트
지난 2월 미국의 매체들이 앞다퉈 현대차의 YF쏘나타에 결함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쏘나타의 앞문을 열 때 레버와 붙어 있는 잠금장치가 함께 밀리면서 열림 상태가 고정돼 밖에서 문을 닫으려 할 때 닫히지 않는다는 것.

결함을 제기한 것은 소비자가 아닌 현대차의 딜러였다. 또한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정도의 중대 결함도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리콜대상이 아니었지만 현대차는 즉각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 달 미국 앨라배마 공장장을 전격 교체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지난 3월에는 미국에서 '투싼ix'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단행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이 투싼ix 515대의 조수석 에어백에서 작동오류를 발견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신속한 대응이었다.

도요타가 차량결함을 장기간 부인하다가 소비자의 거센 저항에 떠밀려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신속한 조치를 통해 현대차는 차량 안전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불씨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

도요타 대규모 리콜사태는 국내 업체들로 하여금 위기관리 능력과 품질관리 능력을 되돌아보게 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자세는 각사 경영방침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1420곳을 대상으로 도요타 사태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사태로 경영방침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20.6%는 '눈에 띌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했으며 52.4%는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품질과 안전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다'고 답했다.

또한 도요타 사태의 배경에 대해서는 59.9%가 '문제발생 초기의 대응 미흡'을 꼽았다. '급속성장에 따른 부작용'(14.1%)이라거나 '품질문제'(11.2%)라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은 위기관리 능력 강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전격적으로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달고 23개월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삼성은 도요타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커진 '위기의식'이 이 회장이 조기에 복귀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삼성그룹은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 있을 때 그룹 차원의 신속한 대처가 가능케 됐고 그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제고되게 됐다.

LG그룹 역시 도요타 사태 이후 위기관리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위기관리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클레임 제로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이 클레임을 걸면 일단 수긍하고 클레임을 찾겠다는 뜻이다. 도요타가 고객의 신뢰를 잃어 가는 과정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도요타 사태로 불거진 위기감은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줄곧 반대해 온 현대차의 해외공장 확대를 수긍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최근 파업 찬반투표를 부결시킨 것도 '도요타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