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의 시대' 끝나가고 있다..

2010. 5. 7. 09:0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대출의 시대' 끝나가고 있다..대출 사실상 스톱..소비 급감 악순환 우려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 우리나라 가계들이 빚 부담을 최소화하고 예금을 최대한 늘리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가계의 예금액 증가분이 2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가계가 예금취급기관에서 받은 대출액은 같은 기간 3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마땅한 대출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은 무려 9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다른 은행에 맡겨놓거나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과 2월 예금은행의 가계 예금은 22조7523억원 급증했다. 관련 조사가 이뤄진 1976년 이후 같은 기간 대비 사상 최대치다. 특히 저축성예금에서만 17조7799억원 증가했다.
 
예금과 달리 가계 대출잔액은 올들어 2월까지 2646억원 감소했다. 예금은행에서 1조2212억원이나 줄은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9567억원 증가했다. 특히 금감원은 올 1ㆍ4분기 시중은행의 총여신은 6조원이나 위축됐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유자금이 있는 계층은 제1금융권의 빚을 갚고 있고 상대적 저신용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끌어다 쓰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가계들이 디레버리징에 들어간 것은 부동산 등 자산가치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영향이 크다. 저물가를 수반한 경기침체 상황인 디플레이션 발생시 화폐가치 상승에 따른 실질적 빚 부담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은행에 자금이 쌓이면 신용창출(대출증가)이 낮아지고 디레버리징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면 다시 산업생활 활동 위축과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발생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어 금융시장 안정의 연착륙 여부는 3ㆍ4분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다른 은행에 예치하거나 현금으로 보유한 원화 자금 총 87조6679억원으로 전년대비 17%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예치금은 전년대비 20%나 급증한 73조2237억원을 기록했고 현금으로 보유한 금액은 14조4441억원에 달했다.
 
금감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쏟아지는 자금의 마땅한 대출처를 찾지 못한 채 유치자금을 불가피하게 다른 은행에 단기예치하거나 통안채,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운용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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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 vicman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