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신화` 디벨로퍼들이 몰락하고 있다
2010. 5. 14. 09:10ㆍ건축 정보 자료실
`대박신화` 디벨로퍼들이 몰락하고 있다 | |||||||||
과도한 기부채납에 적자 누적 … 3년새 300곳 폐업 지자체 인허가 지연으로 수백억대 빚 떠안고 퇴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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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중견 도시에서 아파트 시행업을 한 디벨로퍼 A씨는 용지를 총 1137억원에 매입했다. 당초 10% 정도는 넘는 이익을 자신했지만 사업을 끝낸 뒤 오히려 수백억 원의 빚더미에 깔리게 됐다. 생각보다 더딘 분양도 원인이었지만 전체 용지 가격의 50%를 넘어선 600억원에 달하는 기부채납비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 A씨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후 외환위기를 지나면서도 굵직한 사업을 시행해 성공했는데 이제는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의 꽃`이라 불린 디벨로퍼들이 몰락의 시대를 맞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에 따르면 2007년 전국 2000여 사에 이르던 디벨로퍼 중 최근 3년 사이 폐업을 신고한 업체는 300여 개에 이른다. 협회 관계자는 "사업도 없이 개발업등록증을 갖고 있으면 전문인력 2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등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면허증을 말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협회 회원사로 등록한 400여 업체의 대형 디벨로퍼를 제외한 나머지 1000개 이상 중소 디벨로퍼는 매일 폐업 위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을 닫은 디벨로퍼들은 부동산 개발 대신 기획부동산업이나 미분양 아파트 `통매각`업자, 용역업체 등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벨로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 조달 어려움, 침체된 분양시장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와 무소불위의 인허가 재량권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방 한 대도시에서 주상복합 건설을 위해 총 2만3000㎡ 용지를 4년 전 구입했던 B시행사는 총 용지의 23%에 달하는 6000㎡를 기부채납했다. 기부채납 면적이 과하다 생각했지만 B사는 `대신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당초 1년 안팎으로 예상했던 인허가 기간은 무려 3년으로 늘어졌다.
전국에서 상업시설 50여 건을 시행한 STS개발 김현석 대표는 "수년 전 선거가 임박하면서 무려 27차례 중앙도시계획의 심사가 보류되고 선거가 끝난 뒤에 똑같은 내용으로 심의가 통과된 사례도 있다"며 "기부채납 반대급부로 지자체에선 용적률 인센티브를 내세우고 있지만 미분양이 남아도는 지방 사정상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지적에 대해 정부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백기철 국토해양부 부동산산업과장은 "개발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공무원과 심의위원들이 바뀐 법령 등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심의를 미루는 등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벨로퍼 업계 스스로 신뢰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PF)본부 본부장은 "국제회계기준 변화로 인해 시공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100% 지급보증을 통해 리스크를 감당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시행사 스스로 합병 등을 통해 덩치와 자본력을 키워 직접 금융 리스크를 나눠 갖지 않는 이상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지금까지 대규모 사업이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 속에 일단 대출받아 토지부터 덜컥 사놓고 사업했던 시행사의 관행도 문제"라며 "시행사가 사업성 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 < 용어설명 > 디벨로퍼 : 일반적으로 도시 주택에 관련된 개발사업자 또는 사업시행자를 일컫는 말이다. 사업 초기 용지 매입과 개발계획 승인은 물론 사전분양 이전까지 리스크를 책임진다. 디벨로퍼에는 대한주택공사와 같은 공적 디벨로퍼도 포함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도시 주택 개발을 추진하는 민간 기업 디벨로퍼를 지칭한다. 기부채납(寄附採納) : 국가나 지자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개발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자체에 재산을 공짜로 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시행자는 공원이나 놀이터 등 공공 시설물을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사업자는 용적률 상향 등을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이지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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