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비켜가는' 울산 석유비축기지

2010. 5. 16. 11:0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르포> '지진도 비켜가는' 울산 석유비축기지
[연합뉴스] 2010년 05월 16일(일) 오전 05:30   가| 이메일| 프린트
3단계 정부석유비축사업 완성하는 '마지막 지하기지'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산의 석유비축기지는 정부의 석유비축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방점을 찍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에 소재한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울산시내에서 30분가량 여유 있게 차를 타고 간 온산공단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석유공사 울산지사는 철저한 보안이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며칠 전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출입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16일 석유공사 관계자들은 이곳에 올해 추가로 들어서는 석유비축기지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공사 울산지사는 야산에 넓디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 총 면적이 1천458㎡(45만평)에 이른다.

1980년 5월 이곳에 1천350만 배럴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의 지상 저장시설인 18기의 탱크가 준공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이듬해 석유공사 울산지사가 생겼다.

지상탱크 18개는 각각 직경 86m, 높이 22m 크기로 곳곳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들 탱크에서 송유관을 통해 울산 앞바다의 원유운반선으로 원유가 오고 가게 된다.

석유공사 울산지사는 정부의 3차 석유비축사업에 따라 2005년 10월부터 추가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존 저장량의 절반에 달하는 650만 배럴 규모의 추가기지 건립으로 우리 정부의 석유비축사업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오효진 석유공사 울산지사 안전운영팀장은 "울산비축기지는 정부의 석유비축계획에 따라 29년 동안 국내의 석유수급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라며 "울산에는 하루 수입량 기준으로 12일분이 비축돼 있다."라고 소개했다.

완공을 앞둔 추가 석유비축기지는 기존 시설과 달리 인근 산 아래 깊숙이 땅을 파서 만든 지하 저장시설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아파트 3층 이상 높이로 직사각형의 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승합차로 300여m 이상 굴을 따라 들어갔다. 한참 뒤에야 거대하지만 아주 깨끗한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높이 16m에 폭이 22.5m 크기의 이 동굴은 지하에 저장된 원유를 끌어올리는 핵심시설의 하나인 펌퍼실.

동굴 암반의 응력을 유지하고 낙석과 풍화를 방지하기 위해 시멘트를 품어 완벽하게 코팅시킨 아늑한 공간이다. 시멘트 냄새에 코가 조금 시리다.

지하기지는 지상기지보다 건설단가가 50%나 싸고 운영비도 25%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동행한 윤관용 석유공사 울산건설출장소 부장은 "지하기지는 지진이 비켜갈 정도로 재해에는 완벽한 안전을 자랑하는 반영구, 친환경 시설이다."라며 "이는 30년 석유공사의 지하기지 건설역사에서 나온 노하우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펌프실에는 최저 100m 지하에 보관한 원유를 이틀 동안 200만 배럴이나 끌어올릴 수 있는 세계최대의 원유유중펌프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지하기지 건설과 함께 원유유중펌프에 이르기까지 석유공사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장처럼 여겨졌다.

동굴 벽에는 각종 파이프라인이 거미줄같이 처져 있다. 모두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줄지어 밖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42인치 대형 원유배관을 비롯해 환기, 소화, 전기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같은 펌프실이 또 다른 길로 연결된 동굴에 하나 더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는 들어가지 못했다. 펌프실 100여m 아래 암반에 수벽으로 감싸고 가스로 둘러싸인 공간에 원유가 저장된다. 이것이 총 650만 배럴 규모.

추가로 조성되는 울산 석유비축기지가 조만간 가동되면 석유공사는 기존의 국내 9개 기지에서 총 1억4천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던 능력이 1억4천600만 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석유공사는 이와 함께 오는 2013년까지 산유국의 원유를 저장해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 방식의 국제공동비축사업으로 원유 비축량을 4천만 배럴(현재 3천870만 배럴)까지 확대하는 등 국가 에너지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는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1979년 한국석유공사가 설립돼 1980년부터 국내 석유수급과 가격안정,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3차에 걸친 진행한 정부의 석유비축사업이 울산의 비축기지 추가 완공을 통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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