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발행 4,5월 200억 그쳐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함에 따라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 · 어음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 1분기 월 2000억원을 웃돌던 BBB등급 건설사 회사채 발행이 4,5월엔 단 200억원에 불과했고 명동 사채시장에선 우량 건설사 어음마저 거래가 안되고 있다. 내달 초 금융감독원의 퇴출 건설사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탓이다.
◆회사채 중도 환매요청 잇따라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건설사 회사채를 취급하는 증권사들에는 지난달 평균 10건 이상씩 회사채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 채권을 만기(1~5년)까지 보유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원금을 회수하고 보자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건설사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 건설업체인 금광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현대시멘트 성우종합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퇴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A증권 관계자는 "5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수천만원,법인 투자자들은 5억~10억원씩 건설사 회사채 환매를 요청하고 있다"며 "특정 업종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집단적으로 환매를 요청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환매 요청은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급에 집중돼 있다. 차입금 규모가 큰 H건설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K건설처럼 A등급이거나 건설사를 자회사로 둔 D기업 등의 회사채도 종종 환매요청이 들어온다. 투자자가 환매를 요구해도 투자 약정에 따라 증권사가 되사줄 의무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들은 고객관리 차원에서 등급에 따라 0.5~0.7%포인트를 떼고 사주고 있다. 실제 작년 말 수익률이 연 8.8%인 BBB등급 건설사 회사채에 3000만원을 투자했던 A씨는 최근 이를 연 8.3%로 낮춰 증권사에 되팔았다.
◆건설사 어음 월 4%에도 안 팔려
증권업계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대형 증권사들은 한두 달 전부터 우량 건설사를 제외하곤 회사채 발행 자체를 꺼려 BBB급은 회사채 발행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지난 3월 2400억원에 달했던 BBB급 건설사 회사채 발행액이 4월엔 전혀 없었고 지난달엔 단 1건(200억원)에 불과했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 환매문의를 아예 피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들도 채권형 펀드에 건설사 회사채를 편입시키지 않고 있다. 한 대형 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자체적으로 건설사 크레디트(신용)를 분석한 결과 현재 시공순위 상위 30~50위도 부도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량 건설사 회사채도 펀드에 넣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명동 사채시장은 더 민감하다. 이미 I건설,N건설 등 워크아웃 예상 명단 20여개가 적힌 '살생부'마저 돌고 있다. 워크아웃설이 도는 건설사는 어음 할인율이 월 4%(연 48%)로 올랐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월 0.675~0.680%에 거래되던 상위 10대 건설사 어음도 유통이 멈춘 상태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워크아웃 예정 건설사에 더이상 할인율을 정하는 게 무의미하다"며 "일단 금융당국의 퇴출 명단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살생부 공포…건설사 회사채·어음 '거래 스톱'
2010. 6. 3. 07:04ㆍ건축 정보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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