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진 고통`…싸게 내놔도 안팔리고 이자폭탄까지
2010. 6. 13. 11:40ㆍ건축 정보 자료실
`집 가진 고통`…싸게 내놔도 안팔리고 이자폭탄까지
새 아파트 입주 포기 속출, 초급매 내놔야 겨우 거래
법정관리 5곳중 1곳 건설사, 5만여 하도급 업체도 부도위기
4월 건설공사 실적 5.4%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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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넓혀 가려고 경기도 고양시 덕이지구에 152㎡형(46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씨(48)는 11월로 입주가 다가오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분양가 6억8000여만원인 이 집을 계약금 5%(3400만원)에 중도금 무이자 대출 조건으로 매입했다. 기존 집을 팔아 중도금과 잔금을 마련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집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팔리지 않아 분양권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분양가보다 4000만원 낮게 분양권을 내놓았지만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분양권 값을 더 낮추려 하고 있다. 입주 이후엔 중도금 및 잔금 6억4500만원에 대한 이자를 꼼짝없이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마저 끊기면서 주택 보유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으로 이사를 못하거나 입주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 가진 죄''집 산 죄'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또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지방 밑바닥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주택거래 침체로 가계 휘청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계에 직격탄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큰 집으로 옮기려고 분양을 받았지만 기존 집이 팔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거래 실종의 피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놀라 무리하게 억대의 빚을 지고 집을 샀다가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는 사람들이다.
K씨는 2006년 11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85㎡형 아파트를 대출 1억8000만원을 끼고 5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지금까지 이자를 매달 100만원 전후로 내고 있다. 그러나 혼자 돈을 버는 데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더 이상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마음은 늘 가시방석이다. 집값은 매입가격보다 5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황이지만 매수세가 자취를 감춰 그나마 팔릴지도 불확실하다.
서민들의 생계 안전판 역할을 하는 집의 기능도 약화됐다. 고깃집을 운영하던 K씨는 최근 손님이 들지 않아 식당 문을 닫았다. 생계비 조달을 위해 아내와 상의해 2007년 초 사뒀던 경기도 용인의 214㎡형(65평형)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매입가격은 7억원.급매로 내놔도 매수자가 없었다. 당장 쓸 돈마저 떨어지자 할 수 없이 지난 4월 초급매인 4억8000만원에 집을 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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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는 지방의 건설경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주택을 많이 짓는 건설사들이 줄도산하고 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54개 기업 가운데 10곳이 건설사다.
지법 파산부의 K판사는 "단일 업종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며 "껍데기만 남은 채로 법원에 들어와 회생절차 개시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건설행정정보시스템(CIS)에 등록된 일반 건설업체 수는 1만2265개로,2001년(1만1961개)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남양건설 금광기업 등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전국 5만여개 하도급업체도 부도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시멘트업계 레미콘업계 철강업계 조경업계 가구업계 가전업계 등 연관 산업도 덩달아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이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삿짐업체 인테리어업체 부동산중개업소 등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선 매월 전국에서 2000개 안팎의 중개업소가 휴업하거나 폐업하고 있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산업의 평균 임금은 7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건설업 임금은 1년 전에 비해 6.9% 떨어졌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지속된 주택업계 활황으로 아파트 연관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출구 대책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주택 시장이 급랭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생계 수단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업,나홀로 불황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건설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 공사 실적은 1년 전에 비해 5.4% 감소했다. 도로 교량 철도 등을 건설하는 토목 공사는 1년 전과 거의 비슷(-0.6%)했으나 주택 등을 짓는 건축 공사는 8.8% 줄었다.
건설업자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매우 저조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건설회사들을 조사한 5월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달보다 11포인트 떨어진 59.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99.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BSI가 기준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향후 건설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4월 건설 수주는 1년 전에 비해 14.6% 하락했다. 건설 수주가 줄어들면 나중에 공사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부동산 · 임대업은 지표상으로 7.8%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4월 -6.1%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아 보일 뿐이라는 얘기다.
조성근/서욱진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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