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희망있다" 157만 인파 스스로 위로

2010. 6. 18. 05:3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아직 희망있다" 157만 인파 스스로 위로(종합)

2010년 06월 18일 (금) 00:06   연합뉴스

아르헨 연속골에 낙담ㆍ아쉬움…만회골엔 열광독도와 사찰, 경비함정에서도 다 함께 `대~한민국

(전국종합=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17일 밤 전국에서는 아쉬운 탄성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리스전에 이어 다시 한번 승리를 기원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157만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골이 연속으로 터지자 크게 낙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리나라 전역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인 `붉은 악마'의 함성은 한국의 만회골이 터지고 한국의 공격력이 한동안 강해지자 한때 크게 울려 퍼졌지만, 아르헨티나의 예리한 발끝에 골을 계속 허용하자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쉬운 패배로 경기가 끝났지만 아직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강력한 우승후보를 상대로 잘 싸워준 태극전사들이 다음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의 기운을 남아공까지 날려보냈다.

◇연속골 허용에 낙심…만회골로 한때 분위기 반전 = 경기 시작 전부터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을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있던 `붉은 악마'는 전국 352곳의 거리응원 장소에 156만7천명(경찰 추산)이나 몰려들었다.

서울에서만 코엑스 앞 영동대로 12만명, 서울광장 10만명,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명 등 49만7천명이 운집해 승리를 바라는 응원의 함성을 뿜어냈다.

지방에서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7만명, 인천 문학경기장 5만명 등 306곳에서 107만200명이 거리로 쏟아져 태극전사의 선전을 바라는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러나 전반에만 한국의 자책골에 이어 추가 골까지 허용하자 대부분 응원장은 고요 속에 빠져들었다.

응원 주최 측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북소리와 함께 "괜찮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지만, 침묵과 탄식의 분위기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막판에 이청용 선수의 만회골이 터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경기에 이긴 듯 흥겨워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잠시뿐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강한 공격력에 한국의 골문이 연달아 열리고,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시민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거리에서는 `아~'라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고, 모두 망연자실한 얼굴로 골 장면을 연달아 보여주는 스크린만 쳐다볼 뿐이었다.

일부 응원단이 끝까지 응원구호와 응원가를 부르며 겨우 힘을 내기는 했지만, 경기 종료 10분 전부터 시민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썰물처럼 응원장을 빠져나갔다.

◇독도에서도 사찰에서도, 노사도 함께 `대~한민국' = 그리스전에 이어 이번에도 `이색 응원전'이 벌어졌다.

국토의 최동단 독도에서는 경계근무 등에 투입되지 않은 경비대원과 항로표지근무소(등대) 근무요원 등 40여명이 막사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 함성을 내질렀다.

대구시 남구 관음사 대법당과 청주 관음사 광장에는 승려와 신도가 모여 승리를 기원했고,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는 공동으로 체육관에 모여 화합의 `대~한민국'을 외쳤다.

주장 박지성 선수의 모교 수원공고 대강당에는 학생과 주민 600여명이 학교응원단 '유니콘스'의 율동에 맞춰 '박짱'을 연호했다.

2002년에 태어난 인천 발산초등학교 2학년생 15명으로 구성된 응원단 `2002 어게인'은 응원단장인 이재원(8)군의 집에 모여 힘찬 응원 함성을 외쳤다.

인천해양경찰서는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3천t급 경비함정 3008함 갑판 위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인근 주민과 함께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아직 16강 희망 있다…태극전사 격려 = 실력 차를 드러낸 완패였지만 아직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이 남아있는 터라 시민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대부분 시민이 아쉽게 패했지만 온 힘을 기울인 선수들을 격려하며 다음 경기의 승리를 기원했다.

직장 동료 7명과 한강공원 반포지구에 응원을 나온 오영민(24.여)씨는 "아직 한 경기가 남아있고 어찌 될 줄 모르는 게 축구 아니냐"라며 "다음 경기에서는 우리가 큰 점수 차로 승리해 16강에 꼭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응원을 한 장형진(12)군은 네 번째 골을 허용하자 서서히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포기하는지 모르겠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다가도 경기가 끝나자 "다음 경기를 위해 형들이 힘을 아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냈다.

(사건팀, 정윤덕 백도인 형민우 이유미 장영은 임보연 이덕기 최찬흥 박재천 송진원 홍정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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