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후..팔리지도 않는 집에 ‘이자폭탄’

2010. 7. 13. 08:55부동산 정보 자료실

금리인상 후..팔리지도 않는 집에 ‘이자폭탄’

 

정책금리 인상 이후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별로 금리인상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거래 부진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집을 옮겨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받은 중도금 및 잔금 등 금융 비용은 더 불어나게 돼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예금금리로 연명하는 은퇴생활자들도 은행들이 이미 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한 곳이 많아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의 경우 대기업들은 주로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별 문제가 없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들은 이자비용 부담에 한숨이 커지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자녀의 학교 문제로 서울 목동으로 이사한 서모씨(41)는 이사 당시 주택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았다. 가산금리가 주춤할 당시 은행에 다니는 친한 친구를 통해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연 3%를 가산해 연 5.46% 이자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것. 서씨는 현재 매달 약 91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아무리 맞벌이라고는 하지만 한 달에 91만원의 이자를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CD금리가 현재 2.46%에서 3%대까지 오른다고 한다. 월 90만원의 이자 부담도 버거운 마당에 서씨는 곧 이자 부담이 1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뻔한 봉급에 월 9만원을 더 낼 생각을 하니 생활비 중 어떤 부분부터 줄여야 할지 고민이다. 서씨는 "둘째 딸 과외비가 9만원이니 이것부터 줄여야 겠지만 목동으로 이사 온 이유가 사라지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지난 2009년 경기 김포시 풍무동의 풍무자이 161㎡(가구당 5억9200만원)를 두 채 계약한 이모씨(48). 이씨는 풍무자이가 입주를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밤잠을 설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중도금 전액 무이자'라는 말에 혹해 1억원의 여윳돈에다 대출을 끼고 투자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웃돈은 고사하고 분양권 가격에서 돈을 얹어줘도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입주해 살까도 생각했지만 전세금 2억원을 빼고 6억6560만원을 고스란히 대출받아야 해 이마저 어렵다. 이 금액을 현재 금리(5.5%)로 대출받으면 매달 305만원, 오른 금리(6%)로는 332만원이 이자 비용으로 지출된다.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한 채의 계약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계약금으로 낸 5000만원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3월 말 현재 739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주택대출이 275조원이다. 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간 2조4000억원가량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자까지 오를 경우 부동산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조치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채 부담이 큰 가계와 기업들엔 자산을 처분하거나 저금리 갈아타기 등을 적극 시도할 것을 권했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