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래 꽁꽁…‘무자격중개의 유혹’

2010. 7. 13. 13:41부동산 정보 자료실

땅거래 꽁꽁…‘무자격중개의 유혹’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7.13 10:40

 

수년째 이어지는 불황에
컨설팅 가장 불법중개 극성
호재지역 기획부동산 활개
땅값 부풀려 팔고 잠적 일쑤


외국에 이민가 살고 있는 A씨(40대, 남)는 최근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B사와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수도권에 보유중인 땅(대지) 100㎡를 내놓은 A씨는 B사 상담원으로부터 양도세를 전혀 내지 않고 팔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중개료외 수수료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에 맞춰 입국해보니, B사 측은 여러 핑계를 대며 잔금일을 늦췄다. 그러더니 임의로 잔금일을 확정해 그 때까지 A씨에게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만약 거래가 불발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되레 협박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A씨는 토지를 파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수천만원의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했다. A씨는 B사를 상대로 지난 2월경 무자격 중개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공인중개사협회에 제보했고, 협회 측의 고발로 법정 공방에 들어가게 됐다.

수년째 토지 시장이 불황을 이어가자, 각종 개발 호재를 가진 지역을 중심으로 무자격 컨설팅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OO부동산컨설팅이라는 상호를 사용, 마치 외형상으로는 정식 중개사 자격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컨설팅 업체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자산 컨설팅 자체는 합법이다. 이를 노리고 무자격자들이 자산 컨설팅을 가장하면서 높은 수익이 나는 토지의 불법 중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 시장에서 OO컨설팅의 상호를 붙인 업체 사무실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컨설팅업체들은 대체로 컨테이너박스 혹은 허름한 가건물 등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수시로 개발호재가 집중된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특성을 지닌다. 수수료는 중개수수료에 컨설팅수수료를 포함한다는 명목으로 법정수수료 보다 크게 높은 건당 1500만∼2000만원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자격자이다 보니, 중개 형식은 철저히 법무사 등을 통한 직거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는 4대강 사업 및 복선전철 개통 등의 호재를 가진 여주ㆍ이천 등 경기 남부권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뒤, 속속 충남 서산 등지로 주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무자격자인 데다 수시로 사무실을 옮기는 탓에 피해를 입어도 실질적인 구제책이 없다는 점. 한호성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지도단속과장은 "공인중개사의 중개 하에 거래를 하다 하자가 발생하면 공제보상을 받지만, 이들은 무자격자이다 보니 별도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여야 한다"며"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재산을 타인으로 이전해 놓고 사업을 하는 이들이어서 실제로 피해액을 구제받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앞서 지난달 23일 경기도청 및 각급 유관기관과 함께 경기남부지역(안성ㆍ여주ㆍ이천) 무자격 사무소 및 컨설팅을 가장한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에 대한 대규모 합동단속을 실시해 34개 업체, 47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컨설팅업체의 난립과 함께 여주ㆍ이천 등지에서는 여전히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면서 토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기획부동산은 강남의 사무실 운영도 모자라, 현지에 직접 사무실을 설치하는 등 보다 진화한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 여주의 P공인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도는 개발계획을 마치 기정사실화하며 비싼 값에 토지를 파는 업자들을 보면 정말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