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때 도와준 한국기업 함박웃음
2010. 7. 26. 08:1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어려울때 도와준 한국기업 함박웃음
"우리는 한국에 이용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관료 출신 러시아 외교학자인 카렌 브루텐츠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1990년 북한을 버리고 한국과 수교를 택했던 러시아였지만 실제 한국 측에서 받은 경제협력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터져나온 탄식이다.
이는 러시아가 한국과의 경제관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외환위기를 맞으며 러시아에서 공장을 대거 철수한 사례, 정당한 대가 없이 옛 소련 시절 축적된 러시아 기술을 유출한 사례 등 한국이 원인을 제공한 예가 많다.
그리고 이처럼 과거에 묵은 체증이 알게 모르게 양국 간 교역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통해 신뢰를 장기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OTRA 관계자는 " '러시아는 머리로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며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관계가 중요시되는 것이 러시아"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 대한 반감을 극복한 기업들에 러시아는 둘도 없는 시장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롯데 한국야쿠르트 등 러시아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이 모두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를 버리지 않았던 곳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1984년 연간 매출 20억원을 벌어들였던 한국야쿠르트는 1999년에 오히려 모스크바 주재소를 설립하고 영업을 확대한 결과 지금은 '도시락' 브랜드로 연간 매출 1600억원(2009년 기준)을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환위기 후 일본 경쟁업체들이 철수한 상황에서 오히려 딜러들에게 외상으로 제품을 팔았다.
현대차가 러시아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만드는 것도 다른 기업들처럼 러시아 현지에 녹아들기 위한 일환이다. 구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라고 불렸던 이 도시는 도요타 푸조 등 외국 자동차사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으며,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는 문화 마케팅이다.
LG전자는 1995년 크레믈 궁전이 보이는 돌다리 '카멘니 모스트'에 광고판을 설치하면서 현지인에게 인식을 높였다. 카멘니 모스트는 현지인이 'LG다리'(사진 참조) 라고 부를 정도다. 현지에서는 일본 업체가 이 다리에 "LG보다 더 비싼 광고료를 주겠다"고 했지만 모스크바 시청이 이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러시아가 어려울 때 그 일본 기업은 러시아를 떠났지만 LG는 남아 있었다는 까닭이다.
삼성전자가 2003년 제정한 '톨스토이 문학상'은 러시아에서는 솔제니친 문학상과 함께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과 LG는 러시아 정부에서 공인하는 '국민 브랜드'를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어려울 때 한국이 러시아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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