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사료용 쌀이 한국에선 1등 고추장 원료?

2010. 7. 28. 08:5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일본에선 사료용 쌀이 한국에선 1등 고추장 원료?
[노컷뉴스] 2010년 07월 28일(수) 오전 05:59   가| 이메일| 프린트
[CBS산업부 윤지나 기자]

가축사료로 처분이 검토되고 있는 묵은쌀이 고추장 시장에서는 1위 제품에 사용되고 있어 논란이다. 업체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쌀'을 핵심키워드로 대대적인 제품광고를 접했던 소비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우리 쌀'을 원료로 사용한다며 지난 해 출시돼 고추장 시장 업계 1위를 달성한 대상 청정원 '순창 우리쌀 고추장'.이 고추장이 일본에서는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되는 묵은쌀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쌀 수급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수확한 지 3년이 넘은 묵은쌀을 가축 사료로 처분하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이 제품에 들어가는 쌀은 무려 5년 전 생산된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대북 지원의 길이 막힌 데 반해 풍작이 이어지면서 3년 전 쌀은 물론, 2005년산 쌀까지 창고에 쌓여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상이 쓰는 쌀은 '존재하는 쌀 중 가장 오래된 쌀'인 셈이다. 이처럼 장기 보관된 쌀은 식용으로 쓰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3년이 지난 쌀을 무조건 사료용으로 돌린다.

대상은 지난 해 '순창 우리쌀 고추장'을 출시하면서 이효리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왔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경쟁사와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공격적인 마케팅 끝에 이 제품은 최근 몇 달 동안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품 원료를 중시하는 웰빙 분위기와 쌀을 주원료로 한 제품 업그레이드 추세도 한 몫 했다.

이같은 마케팅과는 대조적으로, 대상이 2005년산 쌀을 쓰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대상 관계자는 "원료가 비싸지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며 "품질이 비슷하다면 가격이 업체 입장에서 가격이 낮은 쌀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05년산 쌀 가격은 40kg 당 30,720원으로 2008년산 55,290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가공을 해 제품품질에는 영향이 없다고 해도, 식용으로 쓰기 힘든 쌀이 주원료로 쓰인다는 것이 소비자들은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박수진(30,여)씨는 "우리 쌀이라고 해도 5년이 지난 쌀이라면 반갑지 않다"고 말했고 나수현(29,여)씨는 "원료를 그렇게 광고하더니 묵은쌀로 생색내기한 것 같다"고 불쾌해 했다. 김애경(45,여)씨는 "좋은 고추장 맛을 내기 위해 국내산 재료에 신선한 원료가 중요하다는 것은 식품회사가 더 잘 알았을 것"이라며 “가격이 비싸도 청정원 고추장을 샀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쌀의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면서 쌀가공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쌀가공품이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jina13@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