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고객중심

2010. 8. 29. 09:55C.E.O 경영 자료

[매경춘추] 고객중심

며칠 전 아는 선배와 조그만 일본식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게 크기에 비해 꽤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선배는 일본음식 마니아로 불릴 만큼 정통일식부터 선술집까지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저녁을 먹으며 그 선배는 일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고객중심`이라는 요소를 꼽았다. 우선 단품음식 양이 적어 그것을 조합해서 시킬 때 묘한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등 장점을 들며 `고객중심` `고객만족`을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 음식점은 서비스업이라는 개념이 투철하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프라이드가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 음식에 프라이드가 높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배어 있는 정성, 또 음식 색깔, 향기, 모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 음식보다 우월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음식이 고객중심이냐는 물음에 대해선 글쎄다. 불고기나 갈비와 같이 손님이 직접 조리하는 음식을 제외하곤(그래도 고객중심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듯하다) 거의 모든 음식이 먹는 사람보다는 만드는 사람 입장을 더 드러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이란 개념으로 조리를 하고 메뉴를 개발한다면 우리 음식은 더욱 완벽해지리라 믿는다.

이는 비단 음식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 많은 기업이 고객만족을 외치며 각종 상품을 내놓고, 정부도 각종 상을 걸어 시상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고객을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많은 건설사도 고객만족에 입각해 아파트를 분양하고, 특히 인테리어는 고객들이 직접 하도록 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한다지만 그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대학 교육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특히 요즘 새로 생겨나는 실용적인 학문을 배우는 학과는 더 그렇다. 이제는 `교수중심`이 아니라 `학생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 준비된 강의를 강요하는 교수가 아니고 끝까지 학생들을 챙기고, 학생들이 모르면 왜 모르는지 관심을 갖는 그런 교수가 요구되는 것 같다.

이 밖에도 많은 분야에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고객인 동시에 고객중심을 생각해야 하는 주방장이라는 사실이다. 역지사지로 우리가 고객을 더욱 더 위한다면 거꾸로 나를 위하는 길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김현철 프로듀서ㆍ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