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불어닥친 최대 강풍 ‘서울이 날아갔다’
제 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오전 출근시간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그야말로 ‘출근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지하철 1호선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서울역에서 경인선 인천역까지 지하철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제물포역 관계자는 “복구가 언제되느냐는 문의전화도 쉴틈없이 쏟아지고 있다”며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을 1분마다 내보내고 있고 직원들도 출구에서 승객들을 막고 있다”라고 전했다. 코레일 측은 강풍에 비닐 같은 이물질이 전선에 달라붙는 등의 이유로 전기가 끊긴 것으로 보고 긴급 복구에 들어갔다.
1호선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차량정체도 극심하다. 경기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그 여파로 1번 국도 안양-광명 구간과 외곽순환고속도로 성남-시흥 구간 등 수도권 출근길이 큰 혼잡을 빚고 있다”며 “시내 구간도 신호등이 꺼지며 도심 정체구간도 계속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 구간 등지에 예비 시내버스 270대를 긴급 배치해 시민들을 서울역 등 시내로 운송하고 있다.
다른 지하철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하철 4호선은 오전 5시 26분께 금정역~오이도역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지하철 2호선은 6시 20분께 뚝섬역~강변역 구간 운행이 5분여 중단되고 비슷한 시각 당산철교 위에선 전동차가 멈췄다가 30분만에 운행이 재개되기도 했다. 경의선 서울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간도 단전으로 멈춰섰다. 에어컨마저 가동이 중단돼 승객들은 후텁지근한 열차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어야 했다. 이병희(27.대학생)씨는 “언제쯤 복구되는지도 안 알려주고 무작정 기다리게만 했다”며 화를 참지 못했다.
출근길을 어렵게 하는 건 지하철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를 이용해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은 도로를 가로막은 가로수나 도로시설물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초속 20m가 넘는 강한 바람에 간판이 떨어져나가고 가로수가 뽑히면서 자칫 사고의 위험까지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가로수 21그루, 전신주 9개, 간판 12개 등이 파손된 것으로 서울시는 집계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원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는 가로수 10여 그루가 쓰러져 왕복 4차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우회하고 있고, 종로구 삼청터널 인근에서도 뽑힌 나무가 한 개 차로를 막아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외곽순환도로 학의분기점 과천방향에도 가로수가 쓰러져 5개 차로 가운데 3개 차로가 막혔다. 신대방삼거리 근처에선 도로시설물이 버스로 날아들어 유리창이 깨지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강풍 때문에 차량이 흔들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차가 바람에 밀려갈 지경”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서울시는 크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쓰러진 가로수 등을 치우고 있다.
인천대교는 초속 30m이상 강풍이 불자 오전 5시 55분부터 7시 10분까지 통행이 금지됐다. 인천대교 관계자는 “풍속이 초속 25m 이상이면 인천대교 통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현재는 풍속이 초속 18m로 다소 진정돼 통행제한은 해제했으나 시속 40㎞로 감속운행 지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늘길도 막혔다. 이날 오전 9시까지 김포공항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할 예정이던 국내선 항공기 56편 전 노선이 모두 결항했다. 김포공항은 오전 9시30분 이후 기상상황에 따라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이날 오전 6시30분 현재까지 인천공항 도착예정이던 10편의 여객.화물기가 제주공항이나 일본 후쿠오카. 간사이 공항 등으로 회항했다. 또 중국 푸둥에서 출발해 오전 11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중국 국적 동방 MU504기 등 여객기 2편과 화물기 5편이 기상 악화로 결항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인천공항 출발 편의 결항 상황은 오전 9시 이후에 확인될 것”이라며 “기상 상태에 따라 앞으로 결항.회항 사태가 더 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짐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서울지역 전체 공사립 유치원에 대해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 제7호 태풍 ‘곤파스’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은 인천지역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에 하루 휴업을 권장하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인천지역에 2일 초속 2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려 유치원생과 초.중학생들의 등하교길 안전 사고가 우려돼 이처럼 휴업을 권장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도내 모든 국.공.사립 유치원의 휴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초.중학교는 등교시간을 2시간 늦추고 고교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되 초.중.고교 모두 휴교할지에 대한 결정은 학교장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또한 오늘 오전 8시 40분부터 일제히 시작될 예정이던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도 학교별로 1~2시간 늦춰 시행하도록 했다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밝혔다. 교과부는 그러나 일률적으로 수능 모의고사를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등의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