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부자 롯데, 왜 땅 팔지?" 부동산 시대 끝 '카나리아論'

2010. 9. 2. 09:3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땅부자 롯데, 왜 땅 팔지?" 부동산 시대 끝 '카나리아論'

시골의사 박경철 "시장변화의 서곡"… 신동빈 부회장도 '불패'믿음 바뀌어

 

롯데그룹이 '부동산 불패'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카나리아'가 될까?
 
최근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트위터에서 롯데의 부동산 유동화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부동산시장에 천부적 감각과 애정을 가진 기업들의 부동산 자산 축소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후 재임대)' 방식으로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5개점을 64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씨는 롯데를 카나리아에 빗대기도 했다. 광부들이 이산화탄소에 민감한 새 카나리아로 위험신호를 포착하는 것처럼 부동산 촉각이 발달한 롯데의 자산 유동화를 부동산시장 변화의 서곡으로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롯데그룹은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도 부동산을 건드리지 않았다. 신격호 회장은 부동산으로 그룹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동산 투자 감각이 뛰어난 기업인이다. 잠실 롯데월드 부지(1981년), 제2롯데월드부지(1987년),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부지(1967년) 등이 신 회장이 직접 발품을 팔며 낙점한 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가 부동산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신 부회장은 아버지 시대에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부동산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롯데마트 제주점 등 3개 점포를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해 2200억원을 조달했다. 최근 같은 방식으로 6개 점포를 매각해 64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부동산 불패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일본의 부동산 장기하락을 보면서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며 "유통기업으로서 부동산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이를 '슬림화'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방침으로 점포를 직접 짓거나 사들이지 않고 임차방식으로도 신규 출점을 하고 있는데 롯데백화점 4개(전체 29개), 롯데마트 17개(전체 86개)가 소유권이 없는 임차방식이다.
 
유통 라이벌 신세계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부동산가치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신세계는 재무구조가 좋기 때문에 굳이 자산 유동화로 현금을 마련할 필요도 못 느낀다"고 했다. 정용진 부회장도 백화점이나 마트를 신규 출점할 때 가급적이면 소유권을 100% 확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의 대비되는 부동산 전망 가운데 누가 맞을까? 최근 오피스 빌딩 시장의 움직임을 한마디로 단정짓기 어렵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현재 서울지역 빌딩 거래는 끊기다시피했으나 와중에도 도이치뱅크 계열 도이치자산운용은 빌딩 사냥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투자청도 빌딩 매입을 위해 태핑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지방행정공제회도 여의도 모 증권 빌딩을 평당 1500만원가량에 매입했다.

이들이 빌딩을 사들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처럼 공실율이 5% 이하인 곳에서 연 7∼8% 수익율을 얻기 만해도 국고채 수익률(3%대) 보다 낫다"며 "하지만 핵심지역과 비핵심지역 사이의 차별화가 심해져 투자대상을 압축하는 정예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롯데가 분당 등 비핵심지역을 매각해 잠실 초고층 건설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도 이같은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전문가는 "한국 오피스빌딩 가격이 현재 강남의 경우 2100만원대, 여의도의 경우 1500만원대인데 일본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일본 됴코 핵심지역의 경우 여전히 1억원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