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일 환율전쟁에 한국 ‘등’ 터지나
2010. 9. 21. 10:42ㆍC.E.O 경영 자료
불붙은 미·중·일 환율전쟁에 한국 ‘등’ 터지나
[한겨레] 미, 관세로 위안화 절상압력
중, 채권국 지위서 강온전략
일, 슈퍼엔고 저지 시장개입
한, 샌드위치-중재자 줄타기 ‘도쿄발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를 높이도록 글로벌 공조를 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당국은 미국에게 ‘달러가치 안정에나 신경 쓰라’고 충고했다. 일본 역시 엔고 저지를 위한 추가적인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통화, 외환당국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가치상승) 속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서울 주요 20개국회의에서 위안화 절상을 지지하는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의회가 중국을 포함해 환율이 저평가된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이유는, 달러가치를 낮춰 미국 수출품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에게 호락호락 당할 상대가 아니다. 세계 최대 미국 국채보유국으로서, 미국이 환율문제로 압박을 가해 무역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일본이 지난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바람에 미국이 중국만 ‘환율 조작국’으로 비난하기 어렵게됐다. 하지만 일본의 시장개입은 미국에게 달러 약세 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하는 빌미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미국이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빌미삼아 달러 약세 유도를 위한 통화 확대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해 중국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미국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국영투자회사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 회장은 “미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한다면 중국이 보유한 외환에서 달러자산을 더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처분해 버리면, 미국은 적자재정은 물론 저금리 기조도 유지하기 어려워 재정·통화정책 모두 타격을 받게된다.
그러나 중국은 강온 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당국은 17일 기준 환율을 달러당 6.71위안으로 고시하며 연 6일째 위안화를 절상시켰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의 왕차오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한편으로 중국은 미국과 맞대결보다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수법을 쓰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 다변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일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이는 엔고를 더욱 부추겨,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에선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반등했으며, 이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엔고 저지를 위해 6년 반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한 일본 정부는 추가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엔고 문제를)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에는 단호한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국제 공조 없이 일본 정부의 단독 개입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시장안정기금으로 40조엔에 이르는 ‘실탄’을 준비해두고 있지만, 전체 외환거래 규모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미-중-일간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역시 대미 흑자국이어서 중국과 일본처럼 미국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일본처럼 환율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오히려 후폭풍을 불러 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이번 환율전쟁에 중재자 구실을 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또 이번 환율전쟁은 우리나라 수출입과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일본정부로부터 정책적 공조를 받을 경우 한은 역시 개입할 가능성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화는 위안화와 엔화 사이에 ‘샌드위치’ 통화인 만큼 무역과 자본·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영향을 우선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중, 채권국 지위서 강온전략
일, 슈퍼엔고 저지 시장개입
한, 샌드위치-중재자 줄타기 ‘도쿄발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를 높이도록 글로벌 공조를 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당국은 미국에게 ‘달러가치 안정에나 신경 쓰라’고 충고했다. 일본 역시 엔고 저지를 위한 추가적인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통화, 외환당국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가치상승) 속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6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서울 주요 20개국회의에서 위안화 절상을 지지하는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의회가 중국을 포함해 환율이 저평가된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이유는, 달러가치를 낮춰 미국 수출품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에게 호락호락 당할 상대가 아니다. 세계 최대 미국 국채보유국으로서, 미국이 환율문제로 압박을 가해 무역전쟁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일본이 지난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바람에 미국이 중국만 ‘환율 조작국’으로 비난하기 어렵게됐다. 하지만 일본의 시장개입은 미국에게 달러 약세 정책을 더 강하게 추진하는 빌미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미국이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을 빌미삼아 달러 약세 유도를 위한 통화 확대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해 중국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미국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국영투자회사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 회장은 “미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고수한다면 중국이 보유한 외환에서 달러자산을 더 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처분해 버리면, 미국은 적자재정은 물론 저금리 기조도 유지하기 어려워 재정·통화정책 모두 타격을 받게된다.
그러나 중국은 강온 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당국은 17일 기준 환율을 달러당 6.71위안으로 고시하며 연 6일째 위안화를 절상시켰다.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의 왕차오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다. 한편으로 중국은 미국과 맞대결보다 일본을 끌어들이려는 수법을 쓰고 있다. 중국은 최근 외환보유 다변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일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이는 엔고를 더욱 부추겨,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국제 외환시장에선 엔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반등했으며, 이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엔고 저지를 위해 6년 반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한 일본 정부는 추가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엔고 문제를)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에는 단호한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국제 공조 없이 일본 정부의 단독 개입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시장안정기금으로 40조엔에 이르는 ‘실탄’을 준비해두고 있지만, 전체 외환거래 규모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미-중-일간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역시 대미 흑자국이어서 중국과 일본처럼 미국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일본처럼 환율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오히려 후폭풍을 불러 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이번 환율전쟁에 중재자 구실을 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또 이번 환율전쟁은 우리나라 수출입과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일본정부로부터 정책적 공조를 받을 경우 한은 역시 개입할 가능성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화는 위안화와 엔화 사이에 ‘샌드위치’ 통화인 만큼 무역과 자본·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영향을 우선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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