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 11:4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2006년부터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1층 다세대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박모씨(35)는 내년 봄 용산구에 있는 회사근처 오피스텔로 이사를 결심했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서 지내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지만 박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이사를 결정하는데 길고양이 문제가 한몫했다.
박씨는 밤마다 들리는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이제는 자장가로 들린다고 푸념할 정도다. 하지만 골목길을 드나들 때 밟히는 길고양이 배설물과 길고양이가 찢어놓은 음식쓰레기 봉투에서 흘러내린 고약한 냄새의 음식물은 참기 어렵다. 구청에서 나눠준 파란색의 음식쓰레기 보관통도 영리한 들고양이에게는 무료급식소와 같았다.
박씨는 몇 차례 고민을 했지만 구청에 길고양이를 잡아달라는 민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고로 길고양이가 죽는 것은 싫기 때문이었다. 또 많은 수의 길고양이를 다 잡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 도심에는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는 '길고양이'가 살고 있다. 정확한 개체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고양이는 임신기간이 60일에 불과하다. 한번에 5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일년에 3번의 임신이 가능한 고양이의 번식력은 왕성하다. 이론상으로 한쌍의 고양이가 6년 동안 42만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
◇길고양이 'TNR사업'…3년간 1만5000여마리 중성화
길고양이 문제로 피해를 보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는 2008년 3월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을 해서 다시 풀어주는 TNR(Trap-Neuter-Return)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 4085마리, 2009년 4929마리, 2010년 8월말 현재 4100여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 보금자리로 돌려보냈다. 올해 서울시는 5300여마리를 중성화할 계획이다.
TNR사업은 시가 전체 사업을 관리하고 각 구청이 용역업체를 선정해 진행한다.
구에서는 일년단위로 용역업체를 선정해 고양이 포획부터 방사까지 모든 과정을 위탁한다. 현재 사업을 진행중인 용역업체들은 각 구의 동물병원들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의 동물구호단체가 선정돼 있다. 구에서는 용역업체에 마리 당 11만원 상당을 지급한다.
용역을 맡은 동물병원들은 전문적으로 고양이를 포획하는 사람과 계약을 맺어 TNR사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고양이를 잡은 뒤 지정된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48시간 정도의 회복기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다.
중성화 수술 시 암컷은 난소를 제거하고, 수컷은 정관을 자르거나 고환을 없앤다. 수술 뒤에는 왼쪽 귀 끝을 'V자'로 자른다. 이는 중성화된 고양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중성화된 고양이는 특유의 울음소리(교미소리)를 잃게 되고 수술전보다 온순해 진다고 알려져 있다.
덫을 설치하는 것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해 수술하고 방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 해당 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구는 용역업체가 지침서대로 TNR을 진행하고 있는지 동물단체들과 함께 점검도 나간다.
TNR지침서에는 민원지역에 한번에 15~20개의 덫을 놓도록 돼 있다. 또 임신중인 고양이나 1.5㎏미만의 새끼고양이는 잡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TNR 사업예산은 서울시와 각 구청이 50%씩 부담한다.
포획 경험이 많은 사람의 경우 한 지역에서 하루에 20여마리까지 잡는다. 병원은 구청에서 지급받는 11만원 중 고양이를 포획하는 사람에게 마리당 4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각 구별로 계약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몇 천원정도 금액 차이는 있다.
◇TNR사업은 박씨의 이사를 막아줄까?
TNR사업은 시행 3년째지만 홍보 부족으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민원이 많아질 경우 예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도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속사정이다.
박씨와 유사하게 길고양이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TNR사업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관실 관계자는 "TNR은 동물보호라는 차원과 민원해결이라는 두 가지를 고려한 시의 정책"이라며 "예산의 측면에서도 안락사를 시키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 관계자는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민원과 고양이로 인한 공포감 민원이 2009년 조사결과 소음 28%(470건→392건), 공포감 14%(173건→149건) 줄었다"고 밝힌 뒤 "동물단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TNR사업을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했다.
TNR사업에 3년째 참여한 K동물병원 이모(40) 원장은 "TNR사업을 장기적으로 진행하면 길고양이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경험적으로 증명됐다"면서도 "현재 서울시가 진행하는 TNR사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포획량을 현재의 2~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건강하게 살기위해 TNR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동물병원들도 수익만을 위해 TNR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동물복지협회 전경옥(39·여) 전략기획국장은 "지금의 TNR사업은 많은 수의 길고양이를 한번에 포획해 기계적으로 수술하는 방식"이라며 "건강한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먼저 중성화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국장은 "지역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나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하는 방식의 TNR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인간과 길고양이가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동물보호협회(WSPA)도 TNR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동영상=길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 애묘가(愛猫家)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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