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집값 연소득 5~6배로 정착…한국은 11.7배

2010. 10. 22. 09:2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일본집값 연소득 5~6배로 정착…한국은 11.7배

한겨레 | 입력 2010.10.21 20:30

 

[한겨레] [일본 거품붕괴 20년] 일 부동산시장 변화 진단


일 거품 절정 90년엔 8.5배…현재 서울보다도 낮아


수도권 62.8㎡, 12년만에 6123만엔→4003만엔


지난해 8월 결혼한 야마모토(31) 부부는 신혼집으로 도쿄 동북쪽 아다치구의 72.7㎡짜리 신축 아파트를 3590만엔(약 4억9500만원)에 마련했다. 선금을 200만엔만 내고, 대출금은 연리 3.8% 고정 금리와 연리 0.975%짜리 변동 금리를 절반씩 섞어, 35년간 월 11만엔씩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지겠지만, 당장은 월세를 내는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야마모토는 "아파트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긴 해도 내 집은 남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본에서 집을 사는 사람이라면 이제 누구나 야마모토 부부와 비슷한 계산을 한다. 임대 주택에 월세를 내는 것과 내 집을 산 뒤 대출금을 갚아가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따져 선택하는 것이다. 집에 투자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같은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보다 월세 수입이 더 많아야 집을 산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축물은 낡고 아파트값은 내리므로, 집은 사는 게 무조건 남는 장사는 아니다. 일본 수도권의 중고(건축연령 평균 12.7년) 아파트값은 2008년 현재 평균 3300만엔으로 신축 아파트보다 1000만엔 이상 싸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이른 지 꼭 20년이 지난 지금, '집값은 마냥 오른다'는 부동산 신화는 완전히 깨졌다. 일본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값은 1985년에 평균 2683만엔(62.8㎡)에서 1990년 6123만엔(65.6㎡)까지 뛰었다. 그러나 그 뒤 12년간 쉼 없이 떨어져 2002년엔 4003만엔까지 추락했다. 이후 오르내림은 있지만, 4000만엔대를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후쿠다 아키오 부동산경제연구소 조사부문 총괄 이사는 "일본 주택 시장이 '적정 집값은 가계 연간소득의 5배'라는 '사회적 합의' 수준으로 다시 복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집값이 연간소득의 5배 정도라야, 집을 사는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으면서도 큰 무리 없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게 이런 상식의 근거다.

부동산 거품이 크게 일던 1980년대 후반 한때 이런 상식은 무너져있었다. 미쓰이부동산이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가격(면적 70㎡로 환산)을 가계 연간소득으로 나눠 가계 소득-집값 배율(PIR)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85년 4.5배에서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이른 1990년 8.5배까지 커졌다. 거품이 꺼지고 난 1995년 이후에는 이 지표가 다시 4~6배 수준으로 내려와 있다.

한국의 경우 국민은행이 올 6월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값을 5개 계층으로 나눴을 때 중간에 있는 아파트값(4억4646만원)은 중간 소득계층 연간수입(3830만원)의 11.7배로 나타난 바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일본 부동산 거품이 가장 심했을 때보다 가계에 더 부담스런 수준이란 얘기다.

물론 야마모토 부부가 산 아파트는 도쿄 수도권의 신축 아파트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었다. 2009년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4535만엔(70.6㎡, ㎡당 64.2만엔)이었다. 인기가 높은 도심 주거지의 아파트는 7000만엔을 훌쩍 넘는다. 일본 아파트값은 2006년 경기 회복과 함께 소폭 올랐다가, 세계 금융위기 뒤 다시 떨어졌다. 올해 8월 수도권 신축 아파트값은 지난해보다 6% 가량 떨어진 평균 4400만엔이다. 도쿄 지역 연간 가계 소득의 6배 가량이다. 후쿠다 이사는 "비싼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이 지어졌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초저금리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작아 괜찮지만,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가격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