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1. 18:23ㆍ이슈 뉴스스크랩
외국인 매물폭탄에 여의도 증권가 초토화
매일경제 | 입력 2010.11.11 17:23
'빼빼로데이'이자 11월 옵션만기일인 11일 오후 2시 58분.
삼성증권 파생애널리스트 전균 연구원 전화에서는 불이 났다. 얌전하게 끝날 것 같던 옵션만기일 동시호가 때 갑자기 코스피가 2.7%나 미끄러지며 기자와 증권사 동료들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장중 프로그램 매매와 개별 주가 상황을 1초 단위로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다"면서 "리서치센터 전체가 만기 폭탄 때문에 벌집을 들쑤셔 놓은 듯한 모습이 된 것은 처음 봤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의도가 옵션만기일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12포인트(-2.70%) 추락한 1914.73에 마감했다.
올해 초 공모펀드에 0.3% 거래세가 붙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프로그램 매매가 코스피 발목을 잡았다. 탄탄한 방어력을 보여주는 듯했던 코스피는 막판 동시호가 때 홍콩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량으로 현물을 집어던지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여의도에서는 증권 전문가 사이에 치열한 물밑 정보전이 펼쳐졌다.
◆ 전문가 시장 인맥의 위력 = 증시가 만기 폭탄이라는 복병을 만난 날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구축해 놓은 인맥의 힘이 확연히 갈리는 날이었다.
화려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재야 고수등 큰손들은 기민하게 움직이며 스타로 떠올랐고, 숫자 속에만 파묻혔던 증권가 '모범생'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치를 떨며 무력함을 느껴야 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여의도 '마당발'로 알려진 전직 애널리스트 이 모씨 증권 메신저는 1초에 수십 개씩 메시지가 쌓였다.
아무래도 해외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8월 만기일 이후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이 쌓였던 2조원어치 도이치증권 매수차익 잔액이 불안해 보인다는 소식도 발 빠르게 들어왔다. 결국 이날 도이치증권 창구에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현물 매도가 종가에 쏟아져 나왔다.
이씨는 "현직 시절 국내외로 돌아다니며 쌓아놓은 네트워크 덕분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면 국내외 인맥을 미처 다져놓지 못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떨궜다.
현직 증권 전문가 A씨는 메신저에 추가 정보만 뜨기를 기다리며 한없이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비상사태라 자리도 뜰 수 없는데 물어보는 사람은 많아 초조하기 그지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 시가총액 상위종목 융단폭격…코스닥은 무풍지대 = 도이치증권 창구로 나온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 폭탄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융단폭격을 맞았다. 장 막판까지 보합이나 1% 정도의 소폭 상승세를 보이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동시호가 마감 1분여를 남겨두고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 가운데 상승세로 마감한 종목은 9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91개 대다수가 막판에 주가가 급락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동시호가 전까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막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며 2.91% 하락했고, 시가총액 2위인 포스코도 4.07%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현대차(-4.57%) 현대중공업(-3.76%)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 매매는 국내 대형주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코스피200 선물을 이용해 이뤄진다. 따라서 프로그램 매매가 크게 나온 날에는 대형주 위주로 주가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와중에도 현대상선은 7.97% 상승한 채 장을 마쳐 눈길을 끌었다. 현대그룹이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M+W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인수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외국인들 영향력이 작은 코스닥시장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시세가 급격하게 변한 종목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장중 흐름대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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