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김밥 백화점서 명물됐어요

2010. 12. 17. 17:42분야별 성공 스토리

 

동네김밥 백화점서 명물됐어요
바이어가 길거리 캐스팅해 입점시켜 月매출 8천만원…"진정한 상생이죠"
기사입력 2010.12.16 17:01:07 | 최종수정 2010.12.17 09:42:22

 

임문희 나드리 김밥 사장이 16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매장에서 직접 만든 김밥을 선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입점해 있는 `나드리 김밥`.

지하 1층 푸드코트 중 손님이 가장 많은 이 매장은 2년 전 백화점 바이어가 서울 송파구 송파동 골목에 있는 무명의 김밥집을 발굴해 옮겨놓은 것이다.

이 매장 임문희 사장(54)은 일신여상 근처 33㎡(10평)짜리 `송파김밥` 주인이었다. 동네에서 7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면서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나긴 했으나 백화점에서 장사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평범한 가게였다.

`김밥 아줌마`의 백화점 진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어느날 갑자기 백화점 바이어가 명함을 내밀며 품평회에서 1위 업체로 선정됐다고 입점을 의뢰해 온 것. 바이어들이 반년에 걸쳐 동네 김밥집을 뒤져서 이 집을 찾아내고 매장을 암행 방문해 맛과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한 후 VIP 고객 대상 품평회까지 실시한 끝에 선정한 것이다. `나드리 김밥`은 최근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범 논란과 정반대 사례여서 주목을 끈다.

임 사장은 "처음에는 김밥을 대량으로 사간 사람들이 백화점 바이어인 줄도 몰랐다"며 "백화점에 들어가 고급 입맛을 가진 고객을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용기를 내 입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김밥에 비해 느끼하거나 달지 않고 맛이 담백하다는 것이 고객들이 내리는 평가다. 구운 김과 오복채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김밥집과 같지만 임 사장만의 `비밀 레시피`인 특화 양념을 넣는다는 것과 장아찌가 들어간다는 게 다른 점이다.

`송파김밥`에서는 하루 200줄 정도 김밥을 팔았지만 압구정 본점으로 들어오고 난 후는 4~5배인 800~1000줄을 판매하고 있다. 구매 고객도 하루 600~700명에 달한다. 푸드 코너별 하루 평균 구매고객 수가 80~150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것이다. 매출도 회전초밥 코너 다음으로 많다. 회전초밥 평균 객단가가 4만~5만원, 김밥이 7000~8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출이 가장 많은 셈이다.

임 사장은 "주말에는 매장에서 김밥을 사려고 줄을 선다"며 "다른 매장 김밥은 안 먹어도 우리 것은 먹는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매출도 백화점 의류매장 수준인 월 8000만원가량을 올리고 있다. 20%에 가까운 수수료도 내고 부가가치세도 빼야 하지만 매출이 이전보다 4~5배가량 늘었다. 압구정 본점 성공에 힘입어 지난 8월에는 킨텍스점에 2호점도 열었다.

임 사장은 "백화점 바이어들이 맛집을 직접 찾아다니며 입점 업체를 결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런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