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의견 접수 당일 제품 만들어 '스피드 경영'으로 중국 시장 석권

2011. 1. 11. 18:11C.E.O 경영 자료

김현진 기자

[4] 밀폐 용기 생산 '락앤락'
공장에 금형 500여개 보유, 소비자 요구 즉각 반영 가능
中진출 6년간 매출 115배 늘어 "5년 내 중국 매출 1조 목표"

'내가, 즉시, 현장에서.'

밀폐 용기 생산업체인 락앤락 중국 법인에 가면 곳곳에 이 같은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임직원들의 명함에는 이름과 함께 '심플&스피드'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안병국 락앤락 중국법인장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즉시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락앤락은 2004년 중국에 첫 공장을 열고 영업을 시작한 이래 6년 동안 매출이 115배 성장했다. 2009년 락앤락이 올린 전체 매출은 2789억원. 이 중 중국법인에서 올린 매출이 1169억원으로 약 41%를 차지한다. 락앤락 중국법인 관계자들은 그 비결을 '바로바로 경영'이라고 표현했다.

패스트패션이 아니라 패스트용기 시대로

락앤락 김준일 회장은 "경영의 답은 현장에 있다"며 "소비자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레이더망인 매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전역엔 100여개에 이르는 락앤락 직영 매장과 가맹점이 있다. 여기에 백화점, 할인매장, 온라인몰 유통망 등을 합치면 매장 수가 1200여개에 이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물건을 파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소리를 본사에 보내는 '전령' 역할도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색상, 크기의 제품을 본사에 전달한다. 이런 식으로 본사에 접수되는 아이디어가 연간 1만개에 이르고 이 아이디어는 즉시 제품 개발과 제조 과정에 반영된다.

락앤락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직원들이 밀폐 용기 제품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다. 쑤저우 공장에서는 연간 약 7600만개의 제품이 생산된다. /김현진 기자
"용기의 너비를 2㎝ 정도 늘려놓은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의견이 현장에 접수되면 그것이 제조되기까지 채 하루가 안 걸린다. 락앤락 관계자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즉시 옷에 반영하는 자라나 H&M과 같은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전략과 흡사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스피드 가능하게 만든 풍부한 금형

이것이 가능한 것은 락앤락의 풍부한 금형 덕분이다. 락앤락 중국 쑤저우(蘇州)공장에는 '금형 도서관'이 따로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이곳에는 밀폐 용기 모양을 만드는 틀인 금형만 500여개가 있었다. 장병현 락앤락 쑤저우법인장은 "소비자 의견이 접수되고 나서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 기계에 금형을 교체하는 데 채 30분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공장 내에는 50개의 생산 라인이 있었는데, 다양한 금형 덕택에 각 생산 라인에서는 모두 다른 제품이 찍혀 나오고 있었다.

락앤락은 2008년 이후 겹겹의 보고 체계를 아예 없애 버렸다. 락앤락 관계자는 "중국법인장이 락앤락 본사에 하는 공식적인 보고는 1달에 1건도 안 된다"며 "직원들에게 최대한 재량을 주고 일을 처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엔 한국에 있던 상품개발본부를 중국으로 옮겼다. 안병국 법인장은 "중국 시장에서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어야 그만큼 성장도 빨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병국 법인장은 "앞으로 5년 내 중국에서만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