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8. 09:25ㆍ이슈 뉴스스크랩
“전화 말라”해도 계속 전화하는 ‘폭력 텔레마케팅’
한겨레 | 입력 2011.01.27 20:30 |
[한겨레] 통신업계 '과열경쟁' 여파
"노이로제 상황" 피해 호소
정부도 사실상 규제 손놔
집에서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김대호(27)씨는 집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를 바꾸라는 전화를 하루 평균 서너 통씩 받는다. 공부에 집중할 만 하면 전화가 걸려와 분위기를 깬다. 바꿀 생각이 없으니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없다. 다른 사람이 전화를 걸어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한다.
두 달 전 출산을 하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다해(충북 충주 목행동)씨는 "텔레마케팅 노이로제까지 생겼다"고 말한다. 수유를 하고 있거나 아기가 잠이 들려고 할 때 전화가 걸려와 낭패를 겪는 상황이 거의 매일 반복되고 있다. 그는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사정해도 소용없다"며 "마치 전화폭력을 당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집 전화 이용자들이 통신업체들의 텔레마케팅에 시달리고 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또 텔레마케팅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부터 뛴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가해자'는 대부분 집 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다. 이들로부터 가입자 유치 영업을 위탁받은 텔레마케팅 업체들이 집으로 전화를 건다.
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텔레마케팅이 전단지나 창구 영업보다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용자들의 시달림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더욱이 집 전화번호가 텔레마케팅 업체에 노출되면,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빠져나올 수가 없다. 텔레마케팅에 시달리다 못해 바꾸면, 이번에는 이전 가입 업체 쪽에서 바꾸라고 하기 때문이다. 주부 김상해(43)씨는 "우리 집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고 따지면 얼버무리면서 끊는다"며 "제발 이런 전화 하지 말라고 하소연까지 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고 있는 전화 설문조사도 집 전화 이용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정치권과 기업이 설문조사 기능을 지지도 파악 및 확산과 마케팅 목적으로까지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횟수가 잦아지는 탓이다. 김인희(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요즘은 기업이 자기네 제품을 써봤느냐고 묻는 전화까지 오고 있다"며 "화가 나 당신네 기업 제품은 다시는 안 살 거라고 하고 전화를 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문세화(서울 중랑구 묵동)씨는 텔레마케팅 업체 직원과 언성을 높이다 '미친 X'이란 욕을 들었다. 문씨는 해당 통신업체에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하고, 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통신업체들의 무차별 텔레마케팅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경찰은 상대가 욕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녹취록이 없어 나서기 어렵다고 하고, 공정위와 방통위는 서로 소관이 아니라고 미뤘다. 방통위 관계자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 마케팅 활용이나 제3자 제공에 동의할지를 잘 선택하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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