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1. 09:17ㆍ이슈 뉴스스크랩
KT 청구서 잘 보면 ‘설 비용’ 뽑는다고?
한겨레 | 입력 2011.01.31 18:31 | 수정 2011.02.01 09:00
[한겨레] 정액제 피해자 5%만 환불해 KT 보상의지 '의구심'
무단가입 유료 앱도 물의…더 낸 요금 등 살펴봐야
#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대충 훑어보고 쌓아뒀던 통신요금청구서를 무심코 정리하다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지난해 10월까지는 다달이 4만4000원가량 나오던 집전화 요금이 11월 이후부터는 8000원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김씨가 이상하다 싶어 집전화 서비스 업체인 케이티(KT)에 이유를 물어보니 정액요금제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집전화 고객을 상대로 한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11월부터는 케이티가 실제 사용한 통화량만큼만 요금을 청구했다는 얘기다.
이에 김씨가 "정액요금제 가입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항의하자, 케이티 직원은 "2002년 12월 아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내 이름으로 가입된 전화인데 왜 아들의 동의를 받아 가입시켰느냐"며 더 받아간 요금을 환불해달라고 거듭 항의하자, 케이티 쪽에선 처음에는 "50만원만 받으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가, 결국 그간 김씨한테서 부당하게 받아간 집전화 요금 200여만원을 전액 환불해줬다.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논란이 불거진 뒤 케이티가 정액요금제 가입자들의 동의 여부를 확인해 부당한 요금청구에 대해서는 환불 조처를 해주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는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민중계실, 언론사 등에는 케이티가 정액요금제 가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이 가입에 동의한 기록이 있어 환불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케이티가 정액요금제 가입에 동의한 가족의 책임도 있으니 절반만 환불해주겠다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이후 케이티의 정액요금제 가입자에 대한 환불 실적은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특징이다. 케이티는 집전화 고객들의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는 정액요금제 가입자라도 실제 통화량에 따른 요금을 청구해오고 있다. 케이티가 서울와이엠시에이 시민중계실에 넘겨준 환불실적 자료를 보면,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사실이 불거져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 사이엔 32만명에게 1117억원을 환불했다. 하지만 이후 11월과 12월 두달 동안에는 고작 2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케이티가 이 무렵부터 적극적으로 환불방어 전략을 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방통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 말 현재 케이티의 시내 맞춤형 정액요금제 가입자는 233만명, 시외 맞춤형 정액요금제는 215만명, 집전화에서 이동전화로 거는 엘엠통화를 대상으로 하는 더블프리 요금제는 126만명에 이른다. 시내외 맞춤형 정액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90%, 더블프리 요금제 가입자 중 70%가 본인 신청이나 동의를 받았다는 근거 자료를 갖추지 못해 무단가입 피해자로 간주되고 있다. 서울와이엠시에이 시민중계실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피해자 가운데 5% 정도만이 환불을 받은 셈"이라며 케이티 집전화 가입자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무단가입 여부 확인 및 더 낸 요금 환불 요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 쪽은 "본인 신청이나 동의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뿐이지 무단가입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가입 사실을 고백하는 양심적인 고객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일부러 환불을 막기 위해 별도의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란 뜻이다.
한편, 부가서비스와 관련해서도 무단가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케이티는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건으로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폰 가입자들을 상대로 본인 동의 없이 < 교육방송 > 애플리케이션에 가입시켜 월 5000원씩 요금을 받아온 것으로 지난해 말 드러나기도 했다. 케이티는 비난이 일자 서둘러 교육방송 앱 가입자 전원을 대상으로 가입 동의 여부를 다시 묻기로 했다. 케이티뿐이 아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을 '가디언'이란 부가서비스에 무단가입시킨 게 드러나 전원 재동의 절차를 밟았다. 모두 무료체험 이벤트에 참여하라고 권고한 뒤 동의 없이 유료 가입자로 전환시킨 것이다.
때마침 설을 앞두고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케이티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긴 설 연휴 때 통신요금 청구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부모님 댁으로 설을 쇠러 간다면, 부모님 댁과 집안 어르신 댁 통신요금 청구서도 꼼꼼히 살펴보자"고 권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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