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건설사중 28개 건설사 채권단·법원 `관리`

2011. 2. 16. 19:11건축 정보 자료실

[건설업 한파]②25위 재벌도 힘 못쓴다

100대 건설사중 28개 건설사 채권단·법원 `관리`
2009년 이후 B등급 이상 회사 10곳 무너져

입력시간 :2011.02.1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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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건설업계에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차에 걸친 정부의 건설업 구조조정으로 C등급(워크아웃 대상)과 D등급(자체 정상화 또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분류된 건설업체들의 경영정상화 또는 퇴출 작업이 진행된데 이어 최근 들어선 B등급(일시적 유동성부족)까지 부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다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건설업계의 오늘을 살펴본다. [편집자] 

"효성까지 건설계열사를 포기할 줄은 몰랐습니다. 과거 관행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대형그룹 계열사를 바라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놓은 셈입니다. 신용평가도 여기에 맞춰 재검토를 추진 중입니다."

16일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효성(004800)(84,300원 ▲ 700 +0.84%)진흥기업(002780)(280원 0 0.00%)의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방관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지난해 10월 한솔그룹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한솔그룹은 2006년 이후 재계 40위권에서 밀려났고, 지난달 법정관리를 개시한 한솔건설은 업계 100위였다. 하지만 효성은 재계 25위, 진흥기업은 업계 43위다.
 
이젠 30대 재벌그룹조차 `건설` 꼬리를 잘라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에 불을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 신용위험·신용등급 평가 `실패`

한솔에 이은 효성그룹의 행보는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에 걸친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에 대한 불신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대주주 지원에 대한 과신이 빚어낸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판정이 결국 오판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진흥기업과 한솔건설 모두 계열사 쪽에서 지원하겠다는 약속(commitment)이 있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분홍색은 C, D등급 평가, 노란색은 B등급 이상 평가(자료: 금융위 보도자료, 이데일리)
이데일리 집계에 따르면 100대 건설회사 중 2009년 이후 최근까지 워크아웃을 개시(조기졸업 포함)했거나 법정관리 상황에 있는 건설사는 28곳이다. 전체의 3분의 1이 금융위기 이후 독자 경영에 실패하고, 채권단과 법원 관리 아래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09~2010년 진행한 1~3차 건설업 신용위험평가('09.1, '09.3, '10.6)에서 B등급 이상을 받았던 건설사는 무려 10곳에 이른다. 신용위험 평가가 지나치게 느슨했고, 건설경기 전망을 낙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B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건설사중 신창건설이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현진이 같은 해 9월 최종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 신세에 놓였다.
 
B등급과 A등급을 받았던 성원건설과 남양건설도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대우자동차판매는 지난해 4월말에, 성우종합건설은 모회사인 현대시멘트와 함께 5월말에 각각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산업 역시 B등급이었으나 지난해 4월 채권단과 워크아웃 MOU를 체결했다.

한솔건설은 지난해 10월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그룹에서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올 들어서는 동일토건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다.
 
신용평가기관도 선제적인 `경고등` 역할을 전혀 못했다. 사후적 등급 조치로 `뒷북`만 치고 있을 뿐이다.
 
진흥기업은 워크아웃 신청이 알려지기 직전까지 투자등급(BBB- 이상)을 받고 있었고, 금호산업이나 경남기업, 벽산건설 등도 마찬가지였다.
 
대우도 7000억 손실내는 판에… 


2006~2008년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고수했던 대우건설은 지난해 74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주택사업 관련 사업의 대규모 잠재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인식했다.
 
브랜드가치가 뛰어난 대우건설의 이같은 손실 규모는 최근 중견건설사들의 잇단 워크아웃 신청과 맞물리며 다른 건설사들의 잠재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무제표 상으로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관련 잠재 부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신용평가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시공능력 10위 두산건설은 지난해 두산메카텍과 합병함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사례다. 두산건설의 지난 1~3분기 영업현금 수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 적자는 7817억원에 달했다.

대한전선 계열의 티이씨건설(90위)은 손실 누적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2년간 순손실 규모가 1037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8년엔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2009년 말에는 대한전선이 티이씨앤코와 티이씨건설에 총 980억원의 현물출자를 실시했다.

웅진그룹 계열사인 극동건설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지난 2009년 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9월에는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09년 12월엔 윤석금 그룹회장이 520억원의 지분증권을 무상증여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건설업 위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100대 건설사 중 문제가될 만한 20~30곳이 이미 관리 상태에 있는 만큼 남은 건설사가 추가 부실화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