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전월세난 심각..기숙사는 '바늘구멍'

2011. 2. 27. 11:08이슈 뉴스스크랩

<대학가 전월세난 심각..기숙사는 '바늘구멍'>

연합뉴스 | 황정현 | 입력 2011.02.27 06:02

 

(전국종합=연합뉴스) '같이 살 사람을 구합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 문구는 전월세난을 뚫기 위한 대학생들의 몸부림이다.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전월세 값을 함께 지불해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경남대 강우선(23.식품영양학과 3학년)씨는 "30만원 정도인 월세가 큰 부담인데 관리비.인터넷 요금 등을 추가로 물면 한달 집값만 40만원을 훌쩍 넘는다"면서 "앞으로 월세 가격이 더 오른다면 좀더 싼 곳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오르는 집값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매물도 별로 없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혼부부나 졸업생마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학가로 몰리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27일 전국 대학가와 주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원대 인근 M부동산 김모(54) 대표는 "2개월 전부터 전세는 동이 났다"며 "예년 같으면 개강을 앞둔 요새가 한창 바쁠 때인데 대학가까지 전세난에 허덕일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실제 울산 대학가 월세값은 작년보다 최고 30% 올랐고, 수원의 대학 주변 전세금도 지난해보다 500만-1천만원 가량 뛰었다.

광주와 전남지역 전세 가격은 작년 대비 4-14% 상승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싼 전월세금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들이 학교 기숙사로 몰리면서 '입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경원대의 경우 지난 10일까지 기숙사 정원의 3배 가량인 459명이 몰렸으며, 경희대 국제캠퍼스 재학생 기숙사에는 1천928명 모집에 3천528명이나 신청했다.

기숙사 정원이 356명인 경기대는 수시합격생과 재학생 입주자 250명에 대한 선발을 마쳤는데, 정시합격생과 복학.편입생 입주신청 마감을 하루 앞두고 정원(106명)의 두배에 가까운 185명이 지원했다.

청주대가 지난해 1.3대 1에서 올해 1.4대 1로 올라간 것을 비롯해 경남대 2.4대 1→2.5대 1, 인천대 2.7대 1→3대 1, 가톨릭대 1.5대 1→ 2대 1, 울산대 1.3대 1→ 1.52대 1, 제주대 1.5대 1→1.7대 1 등으로 대학마다 기숙사 입실 경쟁률이 높아져 기숙사 들어가기가 입시경쟁 만큼이나 치열하다.

학생들은 통금시간, 점호시간 등 지켜야 할 제약이 많음에도 이용료가 원룸에 비해 절반 가량 싸고 안전하다는 장점 때문에 기숙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 졸업생 이모(27)씨는 "통금시간이 있는데다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점을 받아 퇴사까지 당하지만, 서로 기숙사에 들어오려고 한다"며 "비싼 월세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쪽을 선택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의 경우 원룸은 30㎡ 남짓한 것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40만원 수준이지만, 학교 기숙사는 사립대인 전주대가 2인 1실 기준으로 월 21만원(식비 별도)이고 국립대인 전북대는 15만원(식비 포함)에 불과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주변 전.월세값 상승 등으로 지난해부터 기숙사 입주 희망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기숙사 수용시설은 부족해 대기자가 넘쳐난다"고 밝혔다.

(김도윤.김창선.김혜영.남현호.백도인.이상현.이우성.조정호.한무선.황봉규.황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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