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영역 파괴..무한경쟁 돌입

2011. 3. 20. 10:55이슈 뉴스스크랩

<은행들 영역 파괴..무한경쟁 돌입>

연합뉴스 | 이봉석 | 입력 2011.03.20 06:09

 

일부에선 "질서 어지럽힌다"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이봉석 기자 = 작년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을 고려해 위험 관리에 치중했던 은행들이 올해들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의 민영화 계획 등과 맞물리면서 소매금융(개인금융)과 도매금융(기업금융)할 것 없이 상대 은행의 영역에 뛰어드는 무한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마치 `치킨게임'을 벌이듯하는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도매.소매시장 모두 경쟁 과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업금융그룹 부문을 대기업금융그룹으로 개편했다. 대기업금융 관련 부문을 별도 신설한 것은 국내 은행 중 처음이다.

개편 이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전국 각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경영진이 기업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는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기업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서민은행' 이미지가 강한 국민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려면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을 맞추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금융 부문 하위권인 국민은행의 공격적인 행보에 다른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 3주체 가운데 가계와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선 반면 기업은 건재하지만 요즘 대기업은 쌓아놓은 자금도 많아 예전에 비해 은행에 손을 내밀 일이 적어졌다. 은행으로선 `파이'가 줄어든 셈이어서 시장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대기업을 둘러싼 시중은행들간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이어서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민 등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은행과 기업의 관계에서) 은행의 처지가 '갑'에서 '을'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개인금융에 눈독을 들이면서 다른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 중인 이들 은행에 개인고객층 확보는 안정적인 수신기반 마련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물론 카드사업 등 비금융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은행들도 기를 펴지 못할 만큼 기존 시중은행들의 텃새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점수가 많지 않은 산업은행은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수신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업은행은 소비자를 파고드는 금융상품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개인금융 영업에 박차를 가해 올해 개인고객 1천만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에선 '출혈경쟁' 하소연

은행들이 무한경쟁에 나서면서 "모 은행이 시장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는 등 하소연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무분별한 경쟁에 대한 경고 사인을 보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특정 은행을 겨냥해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어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지역적으로 불을 지펴놓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이 자금이 필요할 때 과거와 달리 입찰을 받는데, 다른 은행들이 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치고 나오는 등 공격적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내 은행장 조찬간담회를 통해 "현재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외형확대 경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도 소수의 은행이 외형확대 경쟁을 주도하면 결국 전 은행으로 확산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엄중 경고한 바 있다.

은행간 경쟁은 기업이나 소비자들에겐 더 좋은 금융환경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은행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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