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시중은행들이 시공능력 300위권 내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에 착수한다. 이르면 내달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가 확정․발표될 계획이다.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 D등급 기업은 법정관리를 밟거나 퇴출되게 된다.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던 건설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모습이다. 권혁세 금육감독원장이 그룹 계열 건설사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의 대주주 확약서를 요구하면서다.
7일 권 원장은 "은행이 계열사를 우대해주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는 LIG건설 법정관리로 LIG그룹의 꼬리 자르기 의혹이 불거지자 권 원장이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3차 구조조정 당시 LIG건설이나 진흥기업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다른 건설사들보다 사정이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모기업 지원에 가산점이 부과돼 퇴출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채권은행 자체적으로 그룹계열 건설사까지 솎아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신용위험 정기평가가 까다로워 질 것으로 전망되자 퇴출 살생부가 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떠돌고 있다. 구체적인 명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공능력 300위권 안에 포함된 건설사 C, D, J업체 등 15 곳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모기업 후광으로 퇴출 대상에서 벗어난 계열사 상당수가 살생부에 포함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위험평가 때는 지원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정작 긴급자금이 필요할 땐 외면하는 그룹사들의 꼬리 자르기 관행 원천봉쇄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는 효성과 한솔그룹에 이어 LIG그룹까지 계열 건설사를 정리하자 "단물만 빼먹고 부실을 털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한편 퇴출공포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3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부실기업이 정리됐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며 "시공능력 100위권 건설사 중 25%가 퇴출된 상황에서 부도 공포가 현실화되면 건설 산업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내달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그룹계열 건설사 2곳 정도가 퇴출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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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중(기자) haezung@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