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16. 08:49ㆍ건축 정보 자료실
연체 없어도 "갚아라"… 10大건설사도 "이러면 못버텨"
조선비즈 | 유하룡 기자 | 입력 2011.04.16 03:01
"17년 동안 적자 한 번 안 냈던 회사인데…."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렉서스DNT빌딩에 있는 ㈜동양건설산업 직원들은 회사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 회사 오재순 팀장은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채권단과 좋은 방향으로 협상이 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무차별 회수 공포에 떨고 있다. 17년 연속 흑자를 내고 미분양주택도 거의 없던 우량회사인 동양건설산업이 2000억원대 PF대출을 막지 못해 한방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젠 10대 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금융권이 사실상 '리스크 제로(0)'로 평가되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PF대출마저 무차별적으로 회수해 동양건설산업처럼 '흑자 도산'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만기됐으니 무조건 상환해라"
동양건설산업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이 해도 너무 한다"며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채권단은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PF대출(4270억원)을 절반씩 부담했던 삼부토건이 지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동양건설산업의 금융거래 계좌를 모두 동결했다.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이 당일 밤 계좌동결 조치를 취하자 이튿날 모든 금융기관이 뒤따랐다. 채권단은 이 회사의 신용등급까지 곧바로 떨어뜨렸다. 손발을 모두 묶은 것이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공사대금을 못 줘 모든 현장이 멈췄다"면서 "지금은 도저히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번 PF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도 냉혹했다. 동양건설산업은 그동안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물었고 흑자를 내는 회사였지만 대출 만기가 돌아오자 가차없이 상환을 요구했다. 만기 연장을 요청하자 대출금의 100%에 해당하는 담보를 내놓으라고까지 했다.
최근 금융권은 건설사의 부실, 우량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PF대출 상환에 나서고 있다. '전액 상환'을 원칙으로 하되 예금과 부동산 담보를 내놓으면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그나마 2~3개월의 초단기 연장이 대부분이다. 상위 20위권의 우량 건설사인 B사는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 사업을 위해 3년 전 받았던 PF대출 200억원을 한꺼번에 상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1금융권보다 저축은행이 PF대출 회수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우량 사업장도 만기 연장 힘들어
최근엔 우량 사업지에 대한 대출도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은 100% 분양에 성공하는 데다 시공사도 20위권 이내의 대형 건설사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도 작년 초만 해도 만기가 돌아온 대출을 대부분 연장해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최소한 대출금의 3분의 1은 상환하도록 요구한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재개발 PF대출 만기가 돌아왔던 C사는 30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이젠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도 PF대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10대 건설사의 PF대출 보증 규모는 총 22조1500억원에 달한다. 1곳당 평균 2조원이 넘는다. 대우건설은 3조9500억원을 보증했고, SK건설(3조3100억원)과 롯데건설(3조원), GS건설(2조5100억원) 등도 상당한 빚을 떠안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강해성 실장은 "과거 경기가 좋을 때 받았던 PF대출이 2007년 이후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상당수가 착공도 못했거나 미분양에 잠겨 회수가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PF대출을 연장해주지 않는다면 연간 매출이 6조~7조원 정도인 대형사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PF대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사업 수익금으로 대출을 회수하는 금융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사업 시행자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를 요구하는 금융기관의 종래 대출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시행자는 주로 땅을 살 때 PF대출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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