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채 46조3591억… 연간 이자만 1조 넘어
전문·도덕성 검증 안 된 인사에 부실경영 악순환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 근본적으로 수정 필요”
[세계일보]
‘2005년 12조5882억원, 2006년 22조6948억원, 2007년 27조7027억원, 2008년 32조4377억원, 2009년 42조6283억원, 2010년 46조3591억원.’ ‘2005년 83.0%, 2006년 104.1%, 2007년 110.1%, 2008년 115.5%, 2009년 136.6%, 2010년 134.8%.’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립해 경영하는 지방공기업의 최근 6년간 연도별 부채 규모와 자산대비 부채비율이다. 부채는 매년 상승했으며, 부채비율도 지난해만 전년도에 비해 다소 하락했을 뿐 5년 동안 계속 늘고 있다. 이런데도 일부 지방공기업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지방공기업 개혁을 강도 높게 주문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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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의 극치 ‘성과급 잔치’
지방 공기업들이 빚에 질식당하는데도 성과급 잔치는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농수산물공사 등 서울시 5개 공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채가 15조8000억원에 달하는데도 직원들에게 모두 1257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모럴 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줬다.
부채가 2조2201억원인 서울메트로는 1인당 평균 705만원, 총 685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발생한 영업손실액이 2567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다. 부채가 8207억원으로 집계된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지난해 221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성과급으로 1인당 663만원, 총 423억원을 지급했다.
서울시설관리공사는 1인당 평균 454만원(〃 73억원), 농수산물공사는 904만원(〃 22억원)을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2009년 부채가 4조8824억원에 달했음에도 같은 해 사장에게 117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으며, 4명의 임원에게는 2008년 4500만원에 이어 3100만원을 지급했다.
2009년 98억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한 인천관광공사는 매년 930만원을 사장 성과급으로 책정해 지급했으며, 납입자본금 대비 채무비율이 500%에 달하는 인천환경공단 역시 사장에게 2008년 940만원, 2009년 14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전북개발공사는 2007년 1322억원, 2008년 2956억원, 2009년 3418억원으로 부채가 매년 증가했음에도 성과급 지급액은 2007년 1억4762만원에서 2008년 1억6897만원, 2009년 1억8292만원으로 매년 늘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도 2009년 부채가 685억원이었으나 같은 해 임직원 576명에게 평균 370만원의 성과급(총 21억3150만원)을 지급했다. 상임이사인 영업본부장과 시설본부장에게는 직원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330%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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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개발공사가 2004년 1조7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알펜시아 리조트가 분양률이 극히 저조해 하루 이자만 1억2000만원에 이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사진은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들어선 인터콘티넨탈호텔 전경. |
지방공기업이 부실투성이 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사전에 충분한 타당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하지 않고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립한 데다 경영능력 등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단체장과의 특별한 인연이나 선거 기여 등을 이유로 임직원으로 임명돼 부실경영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뉴타운과 도심 재개발 등 정치논리에 따라 사업을 벌이는 등 방만하게 경영하다 보니 ‘빚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경영부실과 영업손실 등을 반영하지 않고 경영개선도와 목표달성도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현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도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공기업들이 대규모 부채와 누적 손실로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직원들에게 성과급 잔치를 벌일 수 있었다.
지방공기업의 성과급은 부채 과다, 재정수지 적자 등을 고려해 지급을 결정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에서 경영개선도, 목표달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급하기에 부채가 많아도 평가결과만 좋으면 지급할 수 있어 경영평가 방식의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부실과 빚더미는 지자체의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주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개선책이 시급하다.
공석호 서울시의원(민주당)은 “공기업 성과급 산정 시 경영부실에 따른 부채 증가와 영업 손실 등의 귀책사유를 규명해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가 문제가 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체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람을 기관장으로 앉히는 ‘낙하산 인사’를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원선 선임기자 president5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