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값 치렀는데 반납 안하면 ‘벌금’내라니…

2011. 5. 4. 09:01이슈 뉴스스크랩

단말기값 치렀는데 반납 안하면 ‘벌금’내라니…

한겨레 | 입력 2011.05.03 20:40 | 수정 2011.05.03 23:00

[한겨레] 아이폰4로 변경때 3G폰 반납 안하면 2만~5만원 수수료


이통사 "보상기변 정책 때문"…"근거없이 돈 챙겨" 비판

이통사, 황당한 기기변경

이아무개(33)씨는 얼마전 새로 나온 아이폰 4G화이트로 기기변경을 하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들렀다가 "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으려면 3만원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기기값을 다 치렀어도 돌려줘야 한다니, 내가 임대 전화를 쓴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슷한 사례는 여럿 있다. 트위터에서는 "아이폰4G로 바꾸려 하자 (쓰고 있던)3GS 단말기를 반납하지 않으려면 3만원을 내라고 했다. 이유가 3세대(G) 망 과부하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다" (@kaliforever)는 글이 알티(RT·트위터에서 글을 널리 퍼뜨리는 것)되고 있다.

■ 2만~5만원씩 수수료 물려 이통사들이 새 스마트폰을 사려는 사용자들한테 '미반납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2만~5만원씩을 물도록 해 근거없이 '눈먼 돈'만 챙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돈을 내지 않으려면,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내줘야 한다.

이통사들은 미반납 수수료를 받는 근거에 대해 "중고 휴대전화 재활용을 위해 전화기를 반납받는 '보상 기변'을 내부 정책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 기변'이란 버려질 기존 휴대전화를 이통사가 부품 재활용 목적으로 구입하는 대신에 새로 살 단말기 가격을 깎아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이통사들은 사실상 단말기 가격을 고스란히 챙기고 있다. 3일 < 한겨레 > 가 입수한 케이티(KT)의 아이폰4화이트 16기가(GB) 계약서를 보면, '보상기변' 판매 가격은 출고가(81만4000원)와 동일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경우,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는 '기기변경'을 선택한 사용자에겐 2년 약정 조건으로 31만44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자에겐 26만4400원에 판다. 5만원의 '미반납 수수료'만큼 사실상 판매가를 올린 셈이다.

■ 법적 근거 없는 것도 문제 이 때문에 이통사들이 별도의 '미반납 수수료'를 챙기는 건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는 어차피 임대폰을 중고로 구입해 써야 하는데, 고객들이 반납한 전화기를 쓰는 것"이라며 "할인 명목으로 중고 전화 가격을 보상해주는 것인데 사용자에게 돈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반납 수수료를 매길 근거도 없다. 현행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체에게만 폐기물 회수 의무를 두고 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에서는 "'장롱폰'을 걷어 자원재활용을 한다는 취지로 이통사와 2005년부터 수거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강제할당은 없다"며 "지금까지 이통사의 참여가 저조해, 법령을 개정해 내년부터는 판매업체도 폐기물을 회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기존에 쓰던 전화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케이티는 1일 올레 모바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이폰 3GS 사용자가 4G로 보상기변할 경우 사용하던 3GS 단말기 반납이 원칙이며, 대리점마다 미반납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지(사진)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초기여서 전화기를 반납하지 않고 친구나 친척에게 넘기겠다는 사용자가 많아 반발이 일고 있을 뿐"이라며 "기존 스마트폰 중고 가격이 하락하면 반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기를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3만원의 '미반납 수수료'에 대해서는 "기존 전화번호와 마일리지, 서비스 등을 그대로 옮겨주는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