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5. 10:16ㆍC.E.O 경영 자료
한-칠레FTA이후 가장 중요한 계기 확보…피해 농가계 효율적 지원해야
◇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한미FTA 미 수석대표)가 볼을 비비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협정문 번역오류와 축산업 피해 대책 문제로 논란이 많았던 한-EU FTA 국회 비준동의안이 드디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7월 1일 협정이행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선진국인 유럽과의 FTA 시대를 열게 되었고, 우리 기업들이 유럽내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1998년 칠레와의 FTA 추진 공식결정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FTA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계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부터는 한-미 FTA 비준 및 이행에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회가 통상정책권한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정인지라 그동안 한-미 FTA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헌법에 주어진 의회의 권한에 따라 미 의회는 행정부가 체결한 통상협정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미 FTA는 2차례 수정되었다. 다수당인 미 민주당의 통상정책 강령에 따라 노동과 환경 등에 대한 협정 수정이 2007년 6월 이뤄졌고, 지난해 말에는 자동차 관련 내용이 미국측 요청을 반영하여 수정되었다.
그 결과 미 의회와 행정부는 한미 FTA 비준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에는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이 통상분야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의회 의원들을 이끌고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인사들과의 면담에서 한미 FTA 조기 비준을 요청했다. 경우에 따라 미국이 먼저 비준할 수 있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야당이 통상정책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미 FTA를 체결했던 공화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한미 FTA 비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미 FTA 이행 실적을 안겨줄다 없다는 것이다.
FTA 정책에 적극적이던 공화당이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점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미ㆍ파나마, 미ㆍ콜롬비아 FTA와 연계해서 한미 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로크 상무장관에게 콜롬비아와 파나마를 제쳐두고, 한-미 FTA 비준에 전력투구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공화당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들어 미국측이 한미 FTA 비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한-EU FTA 이행이 가시화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EU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불이익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한미 FTA 이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EU와의 FTA 비준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컸고, 한미 FTA 국회비준에서는 이보다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구제역으로 축산업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유럽으로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미국으로부터는 쇠고기가 FTA 하의 낮은 관세로 수입됨에 따라 농업피해가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 및 EU와의 FTA 보완대책으로 축산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10년간 총 10조9천억원을 투자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한미 FTA 대책 투자계획 4조7천억원, 축산업발전대책 투자계획 2조1천억원, 시도가축방역을 비롯한 계속사업 2조1천억원 등 8조9천억원을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번에 EU와의 FTA 비준과정에서 2조원이 추가되었지만, 농업계의 반발을 줄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업지원에는 도덕적해이와 낭비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지원규모를 마냥 늘리기 보다는 예산지원의 효율성을 높여 농업피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미국 및 EU와의 FTA 이행은 우리나라 FTA 정책에서 최대 실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업계가 본격적으로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 거대경제권과의 FTA가 조기에 이행되어야 한다. 금년중에 미국과의 FTA가 이행되면 우리 경제는 사실상 FTA 체제하에서 가동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경제제도, 관행, 소비생활도 FTA 시대에 걸맞게 합리화되어야 할 것이다.
글/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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