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美회사 인수해 알짜로 키워

2011. 5. 6. 09:17C.E.O 경영 자료

[글로벌 韓商 '경제 한류'의 주인공들] [9] 망해가는 美회사 인수해 알짜로 키워

멕시코 패스트푸드店 '바하 프레쉬' 등 11개 업체 운영하는 데이비드 김
적자 허덕 '바하…' 사들인 뒤 체제 다 바꾸고 한달만에 흑자
"열두살때 이민, 안해본 일 없어… 성공요? 포기하지 않는 거죠"

지난달 10일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각) 미국 CBS 방송. 평균 시청자 1770만명으로 현재 미국 내 가장 인기있는 리얼리티쇼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에 한국인이 등장했다. 미국 내 체인점 400여개, 연 매출 3억달러(3200억원)를 올리는 멕시코 패스트 음식점 '바하 프레쉬(Baja Fresh·신선한 캘리포니아 반도란 뜻)'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김(42).

그는 가짜 턱수염을 붙이고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해 종업원들의 애환을 나눴다. 세븐일레븐·디렉트TV·시카고 컵스 등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회사의 CEO가 그동안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다.

한국인 사장 데이비드 김이 운영하는 멕시코 패스트푸드 전문점 ‘바하 프레쉬’ 온타리오 지점. 바하 프레쉬는 요리한 지 5분이 지난 음식을 버릴 만큼 신선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프레스=박종세 특파원

김 사장은 바하 프레쉬뿐만 아니라 '라 살사 프레쉬 멕시칸 그릴', '스위트 팩토리', '시너본 베이커리' 등 7개 레스토랑 체인을 갖고 있다. 그가 소유한 레스토랑을 보고 일부에서는 '타코(Taco·멕시코 대표적 음식)왕'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는 '턴어라운드(turnaround·기업회생) 전문가'다. 망해가는 회사를 인수해 흑자를 내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실전형 CEO를 말한다.

현재 CEO로 있는 바하 프레쉬가 대표 사례다. 1990년 창업한 이 회사를 미국 레스토랑 체인계의 거인 웬디스는 2002년 2억7500만달러(2940억원)에 사들였다. 월가에서는 당시 이 거래를 '평방피트당 가장 비싼 가격을 치른 소매체인 인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웬디스가 인수한 이후 바하 프레쉬의 매출은 계속 떨어졌고, 결국 4년 뒤 웬디스는 데이비드 김 사장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단 3100만달러(330억원)를 받고 팔았다. 이 거래는 이번에는 '평방피트당 가장 싼 소매점 인수'로 평가됐다.

김 사장은 인수하자마자, 회사의 회계·구매·판매·인사시스템을 모두 바꿨다. "쓰러져 가는 회사를 바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나태해지죠."

1년에 1500만달러씩 적자를 내던 바하 프레쉬는 김 사장이 인수한 바로 다음 달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흑자규모가 늘어나면서 김 사장은 계열사인 '라 살사 프레쉬 멕시칸 그릴'까지 사들였다. 그는 "망해가는 회사에서도 매출은 일어나는데, 결국 비용관리가 안 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며 "안 되는 회사에선 직원들이 출장 가서 5성급 호텔에 머물면서도 회사 일은 등한시하는 등 썩은 기업문화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부근 바하 프레쉬 본사 회의실엔 '운영의 탁월함을 추구한다'는 회사 운영방침이 붙어 있다. '요리한 지 5분이 지난 음식은 버린다' '주문받으면 5분 내에 처리한다' '손님이 떠날 때 다시 오고 싶도록 해야 한다' 등 12가지 세부원칙을 걸어두고 실천한다.

김 사장은 현재 레스토랑 비즈니스 이외에도 투자전문회사인 캘리버 캐피털(Caliber Capital) 그룹을 포함해 모두 1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젊은 나이에 '비즈니스의 귀재'가 된 것은 일찍 비즈니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 파라과이 대사를 지낸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이후 강제 퇴직하자, 그는 부모를 따라 12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어느 날 새벽 장사를 나가는 부모를 따라 애너하임의 '벼룩시장'에 도착한 그는 장난감을 파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모가 이렇게 됐구나"라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날 하루 종일 팽이를 돌린 그는 132달러를 벌었다. 그는 그날부터 비즈니스를 했다.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말에는 장사를 했다. 인도네시아 재벌 친구와 함께 고등학교 때 집을 뜯어 고쳐 새로 파는 사업도 했다.

그는 "캄캄할 때 집에서 나오고 들어갔던 기억밖에 없다"며 "안 해 본 일이 없고, 그래서 내겐 사춘기가 없었다"고 했다. 캘스테이트풀러튼 칼리지 비즈니스 과정에 입학했지만 실제 비즈니스 대신 이론만 가르치는 교수들을 보고 3학년 때 자퇴했다. 김 사장은 "내가 보고 경험한 것과 완전히 딴판이어서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꽃 소매상·비디오 대여 체인·개인 비행기 운영회사·부동산 개발업 등 30여 가지 비즈니스를 했다. 그의 주변엔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 중소기업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많다. 그는 그들을 보면서 '이그나이트(ignite)'라는 비즈니스 안내서를 올해 펴냈다. 그에게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성공을 이룩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뤄나가는 것, 이게 성공입니다.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