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영리해졌다…콘텐츠만 팔아선 대박 어림도 없다"
2011. 5. 27. 19:46ㆍC.E.O 경영 자료
"소비자는 영리해졌다…콘텐츠만 팔아선 대박 어림도 없다"
매일경제 | 입력 2011.05.27 14:31
"모든 물건 중 20%는 기존 개발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됩니다. 개발자가 개발 의도를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했는지와는 별개로요. 하지만 한번 물어봅시다. 당신이 개발자라면, 당신이 생각했던 방식과 전혀 다른 용도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세계 최고 IT전문 잡지인 와이어드를 창업한 케빈 켈리(Kevin Kellyㆍ59) 창업자에게 기업들이 방향을 잃지 않고 미래 키워드를 잘 살펴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 콘텐츠를 팔겠다고? 이제 팔리는 건 콘텐츠가 아니다!-그렇다면, 현재 사회가 흘러가는 방향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지금은 아마도 역사상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시점일 겁니다. 인간의 역사상 고객과 소비자에게 지금처럼 좋은 시점은 없었어요. 현재는 '풍족의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쉽게 찾고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요. 질 좋은 콘텐츠가 즐비하고, 들을 음악도 너무 많지요.지금 이 시점에 소비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어요." -다르게 말하면 기업에는 좋은 상황이 아닐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죠, 기업과 제조사에는 정말 좋은 시점이 아니지요. 콘텐츠가 복사되어 일파만파 퍼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무엇을 팔 수 있을까요? 기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었다고 쳐도 순식간에 복사본이 인터넷에 공짜로 돌아다닙니다. 제조업이라고 사정이 나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혁신적인 물건을 내놓으면 어느새 더 싼값의 물건들이 돌아다니죠." -콘텐츠나 제품으로 '대박'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말이군요.
"이제는 콘텐츠나 제품을 팔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이런 시대에서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복사가 쉽지 않은 그 무엇'을 핵심역량으로 키우는 겁니다." ◆ 물건을 창조해서 돈을 벌기 어렵다면…시간을 활용하라 -'복사가 쉽지 않은 것'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예를 들면 '시간'이죠. 시간을 활용한 창조물을 파는 거예요. 콘텐츠 자체에 돈을 내는 게 아니라 신속성에 돈을 내는 구매자들이 나올 겁니다. 복사본이 곧 나오겠지만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돈을 얹어주고라도 꼭 사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음악이라면 음원이 인터넷에 떠돌기 전에 먼저 보고 싶은 사람, 영화라면 복사판이 인터넷을 떠돌기 전에 먼저 보고 싶은 사람, 물건이라면 비슷하고 더 저렴한 물건이 나오기 전에 먼저 가지고 싶은 사람들을 통해 수익을 내는 거지요." 최신 제품들을 미리 접하는 것을 좋아하고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 즉 '얼리어답터'를 위한 마케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도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세스고딘은 2003년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도서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 출간 3개월 전 책을 읽기 원하는 사람에게 묶음으로 판매했다. 12권에 6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과 콘텐츠를 일찍 접하고 싶어하는 얼리어답터들의 수요가 합쳐져 정식 출간도 되기 전에 아마존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팝 스타 레이디가가는 한술 더 뜬다. 아예 유명 게임회사 징가와 연계해 이 회사가 운영하는 소셜 게임 '팜빌'의 게임 내 미션을 완수하는 사람에 한해 자신의 신곡 전곡을 미리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5달러를 내고 징가의 게임카드를 구매하면 전곡을 내려 받을 수도 있다. 신곡을 미리 들어보고 싶다는 '신속성에 대한 욕구'는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연일 이슈가 됐다.
◆ 조금 더 품을 팔아 '나만의 것'을 만들어 주면 소비자는 반응한다"복사본이 넘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한 가지 팁은 '개인화'에 대해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공짜 음악은 차고 넘친다. 음악을 구입하지 않아도 웹상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음원은 무수하다. 하지만 애인이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선곡하고 서투른 음정으로 부르는 노래는 어떨까? 이 음악은 아무나 들을 수 없다. 멜로디는 같아도 더이상 이 노래는 당사자에게 '대중음악'이 아니다. 케빈 켈리는 이 점에 주목한다. 똑같은 정보와 콘텐츠라도 '개인화'를 하면 이를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가 바뀐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기본 음원은 사람들에게 공짜로 제공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개인이 원하는 취향에 맞춰 편곡해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를 제공하면 어떨까요. 가령 어쿠스틱(전자음이 배제된 음악) 장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돈을 받고 그 버전의 음악을 파는 거죠. 자신의 거실에 원하는 버전의 음악이 흘러나오기를 원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세요." 그는 "소비자의 지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에 대한 요구도 많아질 것" 이라며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개인화된 콘텐츠와 제품이 유료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옷과 모자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 맞춤 제작하는 웹사이트 커스터밍크(CustomInk.com)의 성장세는 개인화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방증한다. 커스터밍크는 10년 전 59만달러(약 6억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연 7000만달러(약 7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인 마크 카츠는 초반에 소비자 주문 제작 의류 산업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었으나 이를 감수한 결과 미국의 경제월간지 'Inc'에서 선정하는 '미국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박태환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박태환 헤드폰'으로도 불리는 몬스터 케이블사의 '닥터드레헤드폰'도 소비자가 기존 모델에 원하는 헤드폰 색을 지정해 입혀주는 '커스텀' 제품을 통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헤드폰'이라는 컨셉트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도 개인화에 손을 댔다. 버거킹의 간판 햄버거인 와퍼는 고객의 기호에 맞춰 주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치즈를 더 넣고, 양파를 빼고, 패티를 하나 더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버거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와퍼 페이스'라는 캠페인을 통해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와퍼를 주문한 고객에게 자신의 얼굴이 햄버거 포장종이에 프린트돼 있는 '단 한 사람을 위한' 햄버거를 선사했다.
◆ 사양산업이라고? '접근' 하고 '선별' 하는 기본 원칙에 집중하라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는 법. 새로운 비즈니스가 뜨면 사양길로 치닫는 산업도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분야는 미디어 업계다. 콘텐츠의 무한복제로 인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산업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콘텐츠가 무료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불안한 산업은 '미디어'가 아닐까요.
"지금의 미디어 산업은 모든 것을 망라하지요. 개발에서부터 제조, 유통까지 다 그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유통이 되는 이 시기에는 제작이나 유통에 이들이 관여할 틈이 없어지고 말지요." -위기라는 이야기가 사실이군요.
"역할이 작아지는 건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미디어 관련 산업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디어 역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성패가 달렸어요. 제작과 유통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면 미디어가 여기에 따른 비용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뜻도 됩니다.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선별하는 데 미디어가 모든 역량을 쏟으면 됩니다. 수없이 많은 음악과 아티스트, 영화가 떠다닐 때 미디어가 할 일은 자신의 브랜드를 믿어주는 소비자에게 좋은 가치의 정보나 아티스트, 영화를 선별해 소개하고 여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수천, 수만 가지의 선택사항들 중에 어떤 것을 최종 선택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비즈니스 산업 모델이거든요. 이 부분을 선점해야 합니다." -미디어 업계뿐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만한 이야기 같은데요.
"그렇지요. 특히 접근성은 인터넷이 활성화된 이후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거든요.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음악을 구입해 듣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지요. 음악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제공해주는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되니까요. 이윤을 창출하고 싶은 기업은 이렇듯 '접근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는 돈을 내고 음악 하나, 책 한 권을 사는 게 아니라 음악이나 책 혹은 영화 등 콘텐츠와 제품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에 지불을 하는 시대니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이제 경영자들과 리더들은 자신의 성공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투자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향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시도하라는 조언이다.
"많은 사람은 기존에 잘하고 있었던 산업에 더 투자하고 집중하면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정의는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이에요.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돈도 잃죠. 삶이 정신 없이 바빠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껴안는 게 필요합니다. 본인의 성공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당장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새로운 시도는 기술이 흘러가는 방향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게 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관찰하게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죠." ■ 아마존의 성공
자발적 정보공유 통해 네티즌의 지지 얻어내 -주목해야 할 키워드를 살펴보면 앞으로 성장할 산업과 성장하지 않을 사업도 구분이 될 듯한데요.
"다가올 미래나 기술 관련 강의를 하다 보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사실 주목해야 할 산업이라는 건 없어요. 미디어산업이 위기라지만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산업 내 기업의 성패가 결정되듯이 모든 산업이 다 마찬가집니다. 소위 현재 '잘나가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서점 사업이나 검색엔진 사업에서도 '특별한 행동을 한 기업'만 성공하는 겁니다. 구글이 생기기 전에 얼마나 많은 검색엔진들이 존재했는지 이미 많은 사람이 잊고 있지요."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1998년은 알타비스타(Altavista), 야후(Yahoo), 익사이트(Excite)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검색엔진 포화 시대'였다. 당시 선두주자였던 검색엔진 회사 경영진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구글 창업자들은 웹사이트 검색 결과 배열 방식을 기존처럼 무작위로 배열하는 게 아니라 중요도 순으로 정리하는 '페이지랭크'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은 마케팅이나 TV 광고에 예산을 전혀 투입하지 않았지만 테스트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흘러 3년 만인 2001년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검색엔진이 됐다.
케빈 켈리가 주목한 또 다른 사례는 '아마존'이었다. 그는 "아마존 역시 인터넷 서점의 진입자는 아니지만 특별한 경영과 행동 때문에 꾸준히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 라고 말했다. 닷컴산업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자본 대비 빠른 수익이 나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던 1990년대 중후반, 아마존은 1994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7년 이상 수익을 포기하고 꾸준히 외형을 확장했다. 당장의 수익을 원하던 이사진은 적자가 계속되자 CEO의 교체를 원할 만큼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2001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이 무너질 때 아마존은 흑자전환을 했다. 많은 경쟁사들이 상품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반응을 보일 때 자신들이 가진 모든 상품의 정보를 정리해 공개하는 전략을 펼친 것도 아마존이 처음이다. 이 정보를 제3 업체나 다른 웹페이지에서 링크하고 활용하면서 오히려 아마존의 가치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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