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 뚫은 중견기업의 비극

2011. 6. 7. 08:47C.E.O 경영 자료

`마의 1%` 뚫은 중견기업의 비극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中企 1%도 못미쳐
정책지원 부족하고 규제는 대기업 수준
기사입력 2011.06.06 17:49:10 | 최종수정 2011.06.06 22:08:31

◆ 중견기업을 키우자 ◆

"중견기업은 대기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제 대기업이 받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요. 아울러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세제나 금융, 정부조달 참여 등 각종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기업을 쪼갤 수밖에 없어요."(A기업 대표)

"지난 3월 정부가 산업발전법을 만들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는 기업들도 5년 동안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나오긴 힘듭니다."(B기업 대표)

한국 제조업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견기업이 설 땅을 잃고 있다. 2000년 이후 제조업에 속한 중소기업 100곳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도약한 곳은 1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일 매일경제신문이 IBK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국내 중소 제조업체 7884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틀을 벗고 중견기업(중소기업 졸업 후 상호출자제한기업군에 속하지 않은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제조업체 비율은 전체의 0.98%인 77개사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제자리 성장에 그쳐 산업구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이익률의 경우 대기업 의존도가 30%를 넘는 중견기업은 그렇지 않은 중견기업(5.74%)에 비해 평균 1%포인트가량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견기업 매출액이 평균 2484억원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2303억원)보다 180억원 이상 많은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하도급업체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견기업들의 성장동력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함께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드라이브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77개사는 지난 11년 사이 평균 설비투자액이 2000년 90억원에서 2010년 130억원으로 1.4배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군에 머무른 7800여 사는 같은 기간 설비투자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수출도 신중견기업 77개사가 평균 103억원에서 317억원으로 3배 급증한 것과 달리 중소기업에 정체한 업체들은 1.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영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제조업체 비율이 1%가 안 된다는 것은 대ㆍ중소기업 위주 산업구도 속에서 가운데 끼인 중견 제조업체 성장이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소기업들도 기존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견 제조업체 육성을 위한 정책적ㆍ금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최용성 차장 / 유용하 기자 / 노현 기자 /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