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대기업 품 벗어나 홀로서라

2011. 6. 7. 08:58C.E.O 경영 자료

중견기업, 대기업 품 벗어나 홀로서라
대기업 의존도 높은 중견기업 매출액 크지만 영업이익은 납품가 후려치기에 1%P이상 낮아
매출액대비 R&D 투자 0.7% 그쳐…지원 절실
기사입력 2011.06.06 18:08:49 | 최종수정 2011.06.06 19:36:45

 

◆ 중견기업을 키우자 ◆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대기업 납품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화와 설비 투자에 적극 나서라.`

2000년 이후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중소기업 졸업 후 상호출자제한기업군에 속하지 않은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제조업체는 77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新)중견기업`은 수출과 설비 투자에 주력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들도 대기업 의존도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평균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중견기업이 중견기업의 굴레를 벗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역설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매일경제가 IBK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 중소제조업체 788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 사이 중소기업의 틀을 벗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전체 중 0.98%인 77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신중견기업의 성장동력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함께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드라이브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77개사는 지난 11년 사이 평균 설비투자액이 2000년 90억원에서 2010년 130억원으로 1.4배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군에 머무른 7800여 사는 같은 기간 설비 투자액이 오히려 감소했다. 수출도 신중견기업 77개사가 평균 103억원에서 317억원으로 3배 급증한 것과 달리 중소기업에 정체한 업체들은 1.2배 느는 데 그쳤다.

특히 중견기업들은 대기업 의존도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평균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중견기업 77사 가운데 대기업 납품 의존도가 매출의 30%를 넘어서는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4.71%인 데 반해 그렇지 않은 중견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74%로 1.0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견기업 매출액이 평균 2484억원으로 그렇지 않은 기업 평균 매출액 2303억원보다 180억원 이상 많은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대기업과의 거래로 매출 확대를 이루기는 했지만 납품단가 인하 압력 등으로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중견기업들은 또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신중견기업 77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0.7%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2000년 R&D 투자비율 2.2%와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김영훈 IBK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R&D 투자율 1% 미만은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라며 "대기업 R&D 투자가 매출액의 3%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중견기업들이 성장동력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제조업체 비율이 1%가 안 된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체 성장이 힘들다는 방증과 함께 중소기업들도 중기 혜택을 계속 누리기 위해 안주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입증된 것처럼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위기에 강한 만큼 제조업체 육성을 위한 정책적ㆍ금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최용성 차장 / 유용하 기자 / 노현 기자 /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