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10. 09:13ㆍ이슈 뉴스스크랩
'등록금 때문에 오죽했으면…' 유흥업소로 내몰린 여대생들
뉴시스 | 박성환 | 입력 2011.06.10 06:02 |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오죽하면 이런 일까지 하겠습니까? 시급 4500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는 한 학기 등록금도 감당할 수가 없어요."
고액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부 여대생들이 유흥업소에 진출하고 있다. 많은 시간 돈을 버는데 쏟느니 차라리 짧게 일하고 학업에 열중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8일 오후 7시 유흥업소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의 A유흥업소. 서울의 B대학 재학 중인 이모(24·여)씨는 기말고사가 한창이지만 도서관이 아닌 이 업소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 도착한 이씨의 가방에는 채점을 마친 토익 모의고사 시험지와 전공 과목 교과서가 들어 있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친구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 이씨도 업소에 출근하기 전 영어학원에서 토익 수업을 듣는 등 여느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시간을 쪼개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하루에 3~4개의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하지만 공부할 시간만 줄어들뿐 고액 등록금을 감당하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씨는 "시급 4000원~5000원 받는 아르바이트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 가 없다"며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대생들이 유흥업소로 몰린다는 얘기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서울 C대학 재학 중인 서모(25·여)씨는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합치면 1년에 1000만원이 넘게 든다"며 "대학이 원하는 학생이 실력 있는 학생인지 아니면 돈 많은 학생인지 분간하기 힘든 게 현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과외를 4개까지 한 적이 있었지만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는데는 턱 없이 부족했다"며 "가뜩이나 어려워진 집안 살림으로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업소 관계자의 설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여대생 대부분이 명품과 성형 수술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업소에 출근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게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소 실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모(46)씨는 "몇 년 전부터 방학 때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띄우면 여대생들이 몰리고 있다"며 "요즘은 학기 중간에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잠깐 일하는 여대생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대생들은 정부와 대학이 반값 등록금 실현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서울 D대학에 재학중인 박모(23·여)씨는 "사채와 다를 바 없는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아 빚더미 인생을 살아가라고 강요하는게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한 일"이라며 "등록금 문제에 대해 모른척 하고 있던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제와서 내놓은 반값 등록금 정책마저 제한이 너무 많아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1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가정이나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 어쩔수 없이 휴학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저소득층만을 위한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생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서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유흥업소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다짐하지만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대졸 취업률이 자꾸 낮아지고 있는 마당에 당장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는데만 몰두하고 있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들에게 부모님에 대해 묻자 "부모님이 뼈 빠지게 일해서 모아둔 돈이 나 때문에 다 빠져나갈 것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고 말했다.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고 일할 준비를 마친 이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눈물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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