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없어 대학 자퇴한 20대女, `돌상` 차려 월 1000만원

2011. 6. 27. 08:59분야별 성공 스토리

학비 없어 대학 자퇴한 20대女, `돌상` 차려 월 1000만원
기사입력 2011.06.26 10:44:42

내리사랑 김승주 대표

"돈 때문에 결국 대학을 그만뒀죠"

20살, 건축사를 꿈꾸며 건축학과에 진학했지만 곧 자퇴했다. 돈이 없어서, 돈을 벌어야 해서였다. 전통돌상 전문업체 `내리사랑`의 김승주(29)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는 돌상 차림 대행업체를 운영하며 월 1000만원 매출도 거뜬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달고 살았다. 주말 예식장 아르바이트는 고정적으로 했다. 마트에서 물건도 팔았다.

대학에 입학하고는 아버지가 편찮아 지셨다. 맏이인 김 대표는 어느덧 가장이 돼 있었다. 등록금은 고사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부모님이 진 빚도 갚아나가야 했다. 대학 대신 아시아나 항공 화물터미널에서 5년간 일했다.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 공무원 시험도 준비했다. 어린 나이에 겪은 불안정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앉아서 공부하기보다 당장 나가서 돈을 벌어야 했다. 길에서 생과일 주스도 팔았다. 분식집도 운영했다. 음식 솜씨 좋은 동생과 장사 수완 좋은 김 대표의 노력으로 하루 매출만 해도 월 30~50만원 정도였다.

◆첫 아이 돌상 차리며 사업 아이디어 얻어

"지난 10년간 상처받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 경험들 덕분에 `내리사랑`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특히 다양한 일을 하며 배운 `사람을 대하는 법`은 큰 도움이 됐죠. 아이를 생각하는 엄마들이 제일 까다롭잖아요"

`내리사랑`의 첫 고객은 김 대표 본인이었다. 지난해 2월 아이의 돌잔치를 직접 준비했다. 다른 업체를 이용해 돌상을 준비하려 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직접 음식을 만들고 소품들을 구입했다. 발품을 팔아 손수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돌상에 올라가는 값비싼 그릇들도 구입했다.

"한 세트 가격이 200만원 정도하는 그릇을 꼭 사야하냐고 남편이 물었죠. 저는 사서 대여해주면 된다고 설득했어요. 결국 제 말대로 됐죠."

김승주 대표는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노렸다. `둘째아이` 돌상 차림을 컨셉으로 잡았다. 둘째 아이도 소중하긴 하지만, 첫 아이 때 만큼 과하게 돌잔치를 준비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엄마들을 공략한 것이다. 기본 돌상 20만원으로 저렴하면서도, 있을 것 다 있고 할 것 다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였다.

◆단가 낮추기 위해 떡 직접 제작, 고객이 원하면 돌잔치 진행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떡을 직접 만들었다. 음식량과 종류는 조금 줄여도 화려한 색감으로 승부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김 대표는 다양한 천으로 돌상을 꾸미고, 꽃과 사진 등으로 상을 가득 채운다. 낯가림이 심한지만 고객들이 원하면 돌잔치 진행까지 한다. `돌잔치 플래너`라 불러 달라고 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4월 온라인 카페를 개설한 이후, 별다른 홍보 없이 일주일 만에 첫 손님을 맞았다. 그 후 손님이 급속도로 늘었다. 돌상 특성상 단골손님은 있을 수 없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돌상 그릇 한 세트로 사업을 시작한 후, 거의 매달 한 세트 씩 새로 구입했다. 현재는 10세트로 운영되고, 직원도 2명을 두고 있다. 한 달 반 정도는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이 달에는 사무실도 얻었다. 집에서는 좀 더 전문적으로 일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돌은 가족에게도 아이에게도 중요한 일이라 이익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철학이다. 거리상, 일정상 돌상을 차려드릴 수 없을 때 손님들에게 죄송스럽다고도 했다.

"아이들이 행복해할 때 제일 보람을 느껴요. 돈만 바라봤다면 아마 이렇게 재밌게 열심히 못 했을 거에요."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3개월. 더 많은 아이의 돌을 축하해 주러 갈 수 있길 바라며 차근히 일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김승주 대표는 말을 끝맺었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