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9. 09:19ㆍC.E.O 경영 자료
[한-EU FTA 발효 D-2]소비생활 어떻게 달라지나
100g 1000원 벨기에 냉동삼겹살에 13% 싸진 伊 와인 한잔
동아일보 | 입력 2011.06.29 03:17 | 수정 2011.06.29 09:08
[동아일보]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7월 1일부터 발효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EU 쇼핑길'이 훨씬 넓어진다.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000억 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이다. EU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 유럽산 먹을거리 점차 저렴해질 듯
한-EU FTA 발효로 당장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가격이 내려가는 품목은 많지 않다. 장바구니를 주로 채우는 어류, 육류 등 농수산물은 관세가 없어지는 기간이 10년가량으로 길기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도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산 먹을거리 가운데 가격 인하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와인과 홍차다. 각각 15%, 40%에 이르는 관세가 발효 직후 없어지기 때문이다.
저렴한 유럽산 와인이 늘어나는 동시에 프리미엄 와인도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다음 달 1일부터 유럽산 와인 가격을 최대 15% 내린다. 국내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유럽산 와인인 이탈리아산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이마트에서 2만5900원에 팔리지만 다음 달 1일부터는 2만2500원에 판매된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이탈리아산 '미켈레 키아를로 바르베라 다스티 라 쿠르트'를 13% 내린 13만 원에 살 수 있다. 프랑스산 '마스카롱 메도크'는 10% 저렴해진 4만5000원에 선보인다. 이 백화점은 하반기에 스페인 페렐라다의 '토레 갈라테아' 와인 2종과 벨기에 국왕 결혼식 공식 와인으로 사용된 '페렐라다' 등 고급 와인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여름 피서철에 인기가 높은 삼겹살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냉동 삼겹살의 경우 현재 관세율이 25%이지만 매년 2.5%포인트씩 10년에 걸쳐 없어진다. 프랑스산 냉동 삼겹살이 100g당 720원(5월 기준)인데 이 중 180원이 관세인 만큼 10년 뒤에는 500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산과 캐나다산 냉동 삼겹살을 취급해온 이마트는 7월에 벨기에산을 들여올 계획이다. 현재 국내산 냉동 삼겹살은 100g당 3000원 수준에서 팔지만 벨기에산은 미국과 캐나다산 삼겹살 가격에 맞춰 100g당 1000원 안팎에 팔 예정이다.
어린이의 간식거리도 가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산 벨큐브 치즈는 100g당 6240원 수준인데 이 중 36%인 2246원이 관세다. 매년 2.4%포인트씩 인하돼 15년 뒤 관세가 아예 없어지면 훨씬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이마트에서는 다음 달 1일 FTA 발효를 기념해 일주일간 프랑스산 '구르메 가염버터'를 종전 1만9500원에서 반값인 9900원에 판매한다. 다른 수입 치즈도 매년 2∼3%포인트의 관세 인하로 가격이 완만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인 고등어와 굴비, 삼치 등에 부과되는 20%의 관세율도 10년간 해마다 2%포인트씩 감축된다. 8%인 관세율이 5년에 걸쳐 폐지될 올리브유는 L당 1만 원인 제품이 9200원 정도로 내려가 밥상 물가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벤츠 볼보 BMW 가격 인하 결정
명차로 대표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차도 더 싸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차의 가격이 떨어지면 경쟁자인 일본과 미국 자동차의 가격 인하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벤츠코리아는 차종에 따라 최대 540만 원을 내렸다. S클래스는 평균 211만4285원, E클래스는 128만7500원, C클래스는 72만5000원 싸졌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가격을 최대 112만7000원 낮췄다. 볼보의 대표 세단인 'S80 D5'는 5629만6000원으로 약 80만 원 싸졌다. BMW도 현 수준보다 1.4%가량 내릴 계획이다. 푸조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세단 '뉴 508'부터 관세 인하 폭만큼 내린 가격을 적용했다.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현재 차량 수입가격의 8%(배기량 1.5L 초과 차량 기준)로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 의류와 가구 쇼핑 재미 늘 듯
의류는 8∼13%에 이르는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진다. 하지만 없어지는 관세만큼 가격이 떨어질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유럽 패션 브랜드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의 자기상표부착방식(SPA) 브랜드 'H & M'은 세계 각국에서 가격을 균일하게 책정하기 때문에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당장 가격을 내리진 않을 방침이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ZARA)'도 시장 반응이 좋아 굳이 가격을 낮출 계획이 없다. 이 브랜드는 2008년 한국에 문을 연 뒤 매장을 29개로 늘려 지난해 약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산 의류의 경우 FTA 발효로 당장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다양한 디자인의 의류가 수입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에서는 최근 아동과 여성 의류, 고급 신발 브랜드들이 대거 한국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산 브랜드의 활약에 따라 국내 의류업체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의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샤넬, 루이뷔통, 구치,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는 대체적으로 한-EU FTA 발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루이뷔통코리아는 24일 오히려 가격을 4∼5% 올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나 홍콩을 경유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관세 인하 효과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도 가격보다는 품목의 다양성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는 연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프랑스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고티에'는 올 4월 현대백화점을 통해 한국에 데뷔했다. 다른 유럽 가구 브랜드들도 한국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진출 시점을 노리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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