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으로 드러난 ‘치과진료 불편한 진실’

2011. 7. 21. 09:29이슈 뉴스스크랩

폭로전으로 드러난 ‘치과진료 불편한 진실’

“금값 아끼려 ‘사시미 인레이’… 다른 사람 금니 재활용도”

동아일보 | 입력 2011.07.20 07:24 | 수정 2011.07.20 08:49



'어쩐지 치과는 잘 아는 곳에만 가야 한다더니….'

누구나 한 번쯤 치과 치료를 받고 나면 '왜 이렇게 비쌀까' 하는 의문을 품곤 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치료를 의사가 아닌 치위생사에게 받는 것이 이상하지만 물어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치과 개원의들과 네트워크 치과 간의 갈등과정에서 드러난 치과의사들의 백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치과업계의 불법 부당시술은 크게 세 가지. 필요 없는 치료까지 강요하는 과잉 진료와 의사의 고유 업무를 치위생사에게 대신 시키는 위임 진료, 재시술이 불가피한 부실 시술 등이다.

○ 무조건 발치(拔齒)


일반 환자들이 치과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의문을 가진 점은 '과연 그 치료가 꼭 필요한가'였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상당수 치과에서 필요 없는 치료를 강요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가장 돈이 되는 임플란트는 개수를 늘리기 위해 굳이 뽑지 않아도 되는 치아까지 뽑으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2년 전까지 네트워크 치과에서 근무했다는 한 치과의사는 "임플란트 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재치료 대신 무조건 발치를 권유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네트워크 치과에서는 기본급 외에 자신이 한 치료의 20% 정도를 인센티브로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의사나 치위생사 모두 필요 없는 치료까지 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다른 네트워크 치과 출신의 한 의사는 "충치 정도가 깊지 않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려 했으나 병원 실장이 따로 불러 무조건 이를 갈고 때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네트워크 치과 관계자는 "인센티브 제도는 네트워크 치과뿐만 아니라 국내 치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제도"라며 "일반 개원의들도 병원에 상담사를 두고 환자와 가격 흥정을 붙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일반 개원의들 중에는 치아에 난 점을 충치라고 속여 필요 없는 치료를 받게 하는가 하면 신경치료면 충분한 것을 발치를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제보도 있다"고 전했다.

○ '사시미 인레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시술을 대충 하거나 원가를 아끼기 위해 부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는 일도 많았다.

경기 부천시의 한 네트워크 치과에서 근무했던 한 관리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썼던 금 인레이(충치 제거 부분에 채워 넣는 금)가 일반 치과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질이 떨어졌다"며 "치아에 잘 안 붙거나 제거가 잘 안 될 정도로 질이 낮았다"고 고백했다. 이 네트워크 치과의 다른 지점에서 일했던 의사도 "병원 직원들 간에도 인레이에 들어간 금 함량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고 수군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치료한 충치 위에 씌우는 금을 표준보다 얇게 회 뜨듯이 떴다는 의미의 '사시미 인레이' 시술 방법도 일부 치과에서는 수시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남의 이에 사용했던 금을 재활용하는 '폐금 시술'도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최근 금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이전에 10만 원어치를 사면 될 것을 요즘은 60만 원 넘게 구매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금니를 깎아내고 남은 금가루를 모아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트워크 치과 의사는 "임플란트도 메스를 사용하는 수술인데 잇몸 한 번 열지 않고 5분 만에 끝내 버린다"고 말했다. 잇몸을 열지 않고 시술할 경우 임플란트 나사가 뼈로 안 덮여 재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의사는 "스케일링을 할 때도 하는 시늉만 하기도 한다"며 "고객이 의심하지 않도록 '스케일링은 속도가 빠를수록 효과가 좋은 것'이라고 속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 치위생사가 충치 치료까지

진료 권한이 없는 치위생사가 위임 진료를 하는 것도 문제다. 치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사다. 최근 U치과그룹 관계자들이 광주의 한 개인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보라색 바지 정장 유니폼을 입은 여성 위생사가 마스크를 쓴 채 치아를 갈 때 사용하는 핸드피스 기구를 이용해 직접 시술을 했다. 분홍색 가운을 입은 의사는 돌아다니면서 상태만 살필 뿐 손에 기구를 직접 잡지 않았다. 이 밖에도 서울 송파구의 L치과와 경기 광명시의 H치과, 서울 관악구의 P치과 등에서도 의사 대신 치위생사가 교정기 철사를 교체하거나 신경치료를 마친 치아 속에 아말감이나 레진 등 치재료를 채워 넣었다.

서울 시내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진료 자격이 없는 치위생사가 자의적으로 교정기를 만지면 치아가 서로 틀어져 극단적으로 잇몸이 내려앉거나 턱이 비뚤어지는 부작용이 올 수 있다"며 "치아나 보철물을 잘못 건드리면 신경까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기 수원시의 한 개인치과 병원에서 촬영된 동영상에서는 위생사와 조무사가 손에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를 진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환자가 치료 의자에서 일어나 병원 밖으로 나갈 때까지 의사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 같은 위임 진료는 개원의나 네트워크 치과에서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울산의 한 네트워크 치과에서 일했다는 한 의사는 최근 대한치과개원의협회로 보내온 양심고백문을 통해 "충치 위에 레진을 씌우는 업무도 치위생사에게 맡겨 제대로 접착이 안 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내가) 직접 하겠다고 하면 실장이 시간이 없으니 '위임 진료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