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31. 09:52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현대·기아차, 실적 고속주행… 전세계 750만대 판매 넘봐
"판매·생산은 세계적 수준, 기술도 과연 세계적인가… 지금은 연구개발 올인할 때"
지난 4일 오전 8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임원회의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그룹경영전략회의에는 현대차와 기아차·현대제철·현대건설 등 주요 계열사 부회장과 사장 20여명이 참석했다. 1시간30분 남짓 진행된 회의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현황보고가 이뤄졌다. 기아차 이삼웅 사장은 "기아차 재고가 1.7개월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현대차도 "재고가 1.8개월치뿐"이라고 보고했다.
보통 자동차 회사의 재고는 3개월치가 정상이다. 차량운송 기간과 현지 법인에서 딜러망까지 탁송되는 시간 등을 합친 기간으로, 이를 밑돌면 구매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는 기간이 길어져 고객이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평균 재고기간이 3.5~3.7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재고 물량은 사실상 '제로(0)'인 셈이다.
이 보고를 들은 정몽구<사진> 회장이 의외의 지적을 했다. "품질과 기술 개발에 더 매진하라." 당연히 "생산량을 늘려라"란 지시를 예상했던 경영진들은 놀랐다. 정 회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경기란 사이클이 있다. 호경기가 있으면 불경기가 있다. 잘나간다고 흥분하지 말고, 지금이 불경기에 대비해 더 좋은 품질을 만들고 첨단 자동차 기술을 개발할 때다."
현대·기아차의 고속 판매주행이 도무지 꺾일 줄 모른다. "이 판매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세계적으로 750만대까지 판매할 수 있습니다."(현대·기아차 고위관계자)
750만대 판매는 세계 3위도 넘볼 수 있는 수치다. 재고가 없기는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에는 1만여대를 세워둘 수 있는 자동차 야적장이 있으나, 요즘엔 1000여대밖에 없다. 생산하기가 바쁘게 자동차가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전(全)미국 딜러회의에서도 딜러들의 요구사항은 딱 한 가지였다. "차를 더 달라"는 것이었다. 현대·기아차를 포함, 도요타·닛산 등 6개 브랜드를 판매하는 한 딜러는 "지난 1년 동안 현대·기아차를 팔아서 돈을 제일 많이 벌었다"면서 "차만 더 주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실적은 눈부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319만9570대를 판매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3.8% 늘어난 60조5632억원. 기아차는 196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별 1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현대·기아차를 합치면 지난 5월 한 달간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10.1%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요즘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판매와 생산 물량은 세계적인데, 과연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세계적이냐는 데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회장 주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회의에서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연구개발(R&D)이 중요하다"면서 "벤츠나 BMW 수준의 기술이 축적돼야 도약할 수 있으니 R&D 기반을 다져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2005년 R&D 비용을 1조5680억원에서 2010년 2조2314억원으로 42% 늘렸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정 회장이 지난 10년 동안 품질과 디자인을 혁신해 현대·기아차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이제는 기술 혁신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목표가 일본 도요타에서 독일 벤츠·BMW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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