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공동창업자 “게이츠는 어설픈 모범생”

2011. 8. 14. 09:55분야별 성공 스토리

MS 공동창업자 “게이츠는 어설픈 모범생”

서울신문 | 입력 2011.08.13 02:31

 

[서울신문]'친구 잘 둔 덕에 부자 된 남자' 정도로 통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에 대한 생각은 그의 회고록 '아이디어맨'(자음과모음 펴냄)을 읽으면 많이 바뀐다. 호화로운 요트를 타고 세계 유람을 하며 기타나 치는 것처럼 보였던 앨런은 자신을 '아이디어맨'이라고 부른다.

앨런과 빌 게이츠는 미국 시애틀 최고의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중고등학교에서 만난다. 앨런의 아버지는 도서관 사서, 어머니는 교사로 자녀의 학비에 허덕이는 평범한 부모였다. 하지만 게이츠의 아버지는 워싱턴주 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지낼 정도로 사립 학교에서도 걸출했다. 컴퓨터에 깊이 빠졌던 두 사람은 1975년 MS를 함께 세운다.

책 '아이디어맨'은 1983년 결국 MS를 나온 앨런이 게이츠의 치부를 얼마나 드러냈느냐는 것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어설픈 모범생'이라고 게이츠의 첫인상을 표현한 앨런은 끝까지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한다.

게이츠와 앨런은 1979년 처음으로 수출을 위해 일본 출장을 떠난다. 10m 다이빙대에서 발부터 입수하는 '배치기'로 몸의 앞부분 전체가 벌게진 경쟁적 성격의 게이츠가 여학생들의 고함 소리 때문에 계속 다이빙을 했다는 일화는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앨런은 3m 다이빙대로 만족했다.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MS의 회사 가치는 게이츠가 64, 앨런이 36을 갖기로 합의한다. 게이츠는 "베이식 작업의 대부분을 내가 했고, 하버드를 떠나면서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내세운다. 앨런은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결합하자는 아이디어와 게이츠를 설득시킨 자신의 끈기는 어찌 따질 것이냐고 생각하지만 입씨름하기 싫어 동의하고 만다. 수익 분배 수치는 도서관 사서의 아들과 변호사 아들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고 앨런은 덧붙인다.

1982년 앨런은 "더 이상 자네의 '위협과 비난을 담은 장광설'을 참을 수 없다는 것 말일세…."라고 MS를 떠나는 결별 편지를 보낸다. 이미 수년간 여러 문제를 놓고 서로 분노하고 싸운 결과가 누적된 탓이었다. MS를 떠날 무렵, 앨런은 림프종 투병으로 인생관이 바뀐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미국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인수해 3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연소 구단주가 되기도 했고, 2004년에는 최초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 1호를 발사시켰으며,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를 기리는 박물관도 건립했다. 앨런은 "병에서 회복한 후 세상을 여행 다니며 다시 나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