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식혜로 억대 매출 올리는 14살 소년 CEO

2011. 8. 14. 09:39분야별 성공 스토리

유기농 식혜로 억대 매출 올리는 14살 소년 CEO
기사입력 2011.08.12 08:40:38 | 최종수정 2011.08.12 11:11:45

"요새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정직한 마음, 정직한 기업`을 사훈으로 정했습니다."

유기농 음료 제조업체 효원식품의 김주한 대표의 나이는 불과 14살.

하지만 10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직한 먹을거리는 나와 소비자들의 약속"이라며 "힘들게 만든 제품을 맛 본 고객들이 `맛있다`고 말할 때 가장 기쁘다"고 의젓하게 밝혔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효원식품은 김 대표와 어머니, 외삼촌이 운영하고 있는 가족 기업이다. 현재는 식혜와 수정과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모과차나 유자차 등 다른 전통차로 판매 상품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효원식품의 직원은 단 3명 뿐이지만 개업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연 매출 2억을 달성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0% 유기농 재료로 만든 식혜와 수정과는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4만 개 가까이 팔리며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연소 디자이너, 유기농 음료에 도전하다

김 대표는 음료업체 사장보다 최연소 수석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먼저 알려졌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김 대표는 11살 때 어머니의 권유로 외삼촌이 운영하던 화장품 업체 `다비움`에 디자인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외삼촌은 조카의 재미난 그림을 화장품 포장 등에 새겨넣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따뜻한 `손 그림` 포장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다비움`은 설립 3개월 만에 유명 백화점 등에 입점했다. 그림 그리던 12살 소년은 한 중소기업의 어엿한 수석디자이너가 됐다.

디자이너로 맹활약하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유기농 음료 생산업체 대표라는 새 명함을 갖게 됐다.

"친하게 지내던 유기농 음료 회사 사장님이 장사를 그만둘까 고민하시더라구요. 원래 아토피 피부여서 유기농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문을 닫으실 거면 저한테 회사를 넘기시라고 했죠."

김 대표는 "중국 멜라닌 분유 파동 등을 지켜보면서 분노를 느꼈다"며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들`한테서 주위 사람들을 지켜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어리다고 놀리지 마"…알고보면 완벽주의 CEO

"집에서 입던 것처럼 입고 거래처에 갔더니 엄마 따라 온 꼬마냐고 그러더군요. 그 후부터는 불편하지만 꼭 정장을 입고 갑니다."

처음부터 회사 운영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거래처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직원을 뽑으려해도 김 대표를 보자마자 돌아가는 지원자가 태반이었다.

그는 "능력은 보지 않고 제 나이만 보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조금 나이들어 보일까 싶어서 수염도 안 깎는 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대표가 새로 인수한 음료업체로 어려움에 빠졌을 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이 찾아왔다. 그가 평소에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찾아와 도움을 주기 시작했던 것.

"제가 예전에 단골 편의점 인테리어를 해드린 적이 있어요. 사장님이 조심스레 부탁하시길래 그냥 공짜로 해드렸더니 그 이후로 종종 저희 회사에 오셔서 일을 도와주세요."

김 대표는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해 직접 재료를 검수하고 배합비를 꼼꼼히 확인한다. 식혜와 수정과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 발효시키고 직접 완성품을 포장하기도 한다. 회사를 세웠을 때의 초심을 유지하는 것은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그가 "가끔 납품단가를 낮춰 거래하자고 말씀하시는 거래처들이 있다"며 "정직하고 좋은 원료로 만든 제품의 가치를 믿어주실 분들과만 거래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직도 하고 싶은게 많다. 디자인 공모전 등에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고 해외 미술 유학도 가 볼 생각이다. 그는 또 사진찍는 것을 좋아해 카메라를 친구 삼아 지내기도 한다.

현재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김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에 매진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을 세우겠다는 꿈이 있다.

"저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학교 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사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