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지 않는 소액압류

2011. 8. 9. 19:53이슈 뉴스스크랩

줄어들지 않는 소액압류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1.08.09 17:28 | 수정 2011.08.09 17:34

 

#.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부도로 파산 신청을 한 A씨는 지난달 29일 우리은행 예금 26만원이 압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7월부터 1개월 기본생계비 이하는 압류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던 그는 은행측에 항의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한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법원에서 압류 명령이 온 것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1개월 기본생계비 이하 압류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소액 압류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 같은 현상이 채무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재산을 보호한다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4월 18일 압류금지 범위를 구체화한 민사집행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7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사집행법 246조1항8호는 채무자의 1개월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 150만원(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1개월 최저 생계비) 이하는 압류를 금지하고 있다.

■법무부 "채권자 중심 행정 문제"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채권자 중심으로 압류 명령을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장준희 검사는 "법원에서 실무 관행상 채권자가 채무자 예금을 압류해달라고 신청하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경우 압류 명령을 한다"며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채권자 중심으로 채무자의 모든 은행 계좌를 압류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압류명령 결정 과정에서 법원이 채무자의 모든 계좌를 파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병철 민사 공보판사는 "법원에서 은행의 모든 계좌를 파악할 수 없는 데다 150만원 이상 예금을 쪼개 보관하는 등 제도를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에 압류명령 취소 신청을 통해 모든 예금이 150만원 이하임을 입증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검사는 법원이 계좌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어도 압류 후 이의신청하는 것보다 압류 전 채무자 의견을 묻는 등 행정절차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행 "어쩔 수 없다"

은행 측도 법원에서 압류명령이 내려와 따른 것일 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법 지식 등에 약한 채무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적극 나서 대응 방법 등을 안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A씨는 "법이 개정되면 뭐하느냐. 채무자는 보통 서민으로, 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은행이 법 개정내용이나 '명령 취소 신청' 등 안내를 해줘야지 '법원이 압류명령을 내렸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분개했다.

김관기 변호사는 "1금융권인 은행이 많은 법률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현행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무자 보호에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채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의 적극적인 안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fnchoisw@fnnews.com최순웅기자